독후감

천로역정을 읽고 (독후감)

김일중 2008. 5. 12. 06:14

천로역정을  읽고 (독후감)

김    일   중 

(충현교회 서리집사 (서울 역삼역 ) 

 2005년 5월 2일

 

 

 

 천로역정 (天路 歷程)을 읽었다.  나의 교회에서 이책의 독후감을 내라고 해서 읽었다. 이 책은 영국에서 1628년에 태어나 60세에 소천한 목사이자 유명한 설교가인 죤 번연 (John Bunyan ) (1628-1688)이 저술한, 기독교 교리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 The Pilgrim's Progress in the similitude of a Dream" 이다. 시시영어사의 영한 대 역본 (英韓 代 譯本)은  이 제목을 “꿈에 비유해서 쓴 순례자의 편력” 이라고 번역했다. 이 제목은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 준다. 우리 말 사전에 따르면, 순례자는 종교상의 여러 성지나 영지를 차례로 다니면서 참배하는 사람이고, 편력은 널리 각지를 돌아다님을 말한다. 천로역정 (天路歷程) 이란 한문 제목도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 주는 뛰어난 번역이다 .  천로(天路)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역정(驛程)은 거쳐 온 길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천로역정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있다.  “나”라고 지칭하는 한 사람 (작가 죤 번연(John Bunyan)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이,  이 세상의 어느 동굴에서 꿈을 꾸고, 깨었는데, 이 꿈속에서 그는 크리스챤 (Christian) 이란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서 여러 단계를 거쳐서 하늘나라에 들어가, 거기서 사는 것을 보았다. 소설의 주인공 크리스챤이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여행길을 그린 것이 이 소설의  1부 내용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1부에서 꿈을  꾼 바로 그 사람이, 소설의 주인공인  크리스챤의 아내와 그의 네 아들도 한 단계만 더 올라가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곳 (뿔라 지역)까지 가서 그 곳에서 사는 것을  역시 꿈 속에서 보았는데. 크리스챤의 아내와 네 아들이 뽈라지역까지 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 이 책의 2부 내용 이다.  크리스챤은 천국에 들어갔으나, 그의 아내와 네 아들들은   천국을 들어가지 못하였다.   이처럼 “나”가 꿈속에서 본, 크리스챤이 천국에 들어가는 과정과 그의 가족이 천국에 가는 여정을  비유와 상징으로 기록한 것이 바로 천로역정이다.

 

이 책은 꿈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 1부는 소설의 주인공 “나”가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해서 꿈을 깨는 것으로  끝난다. 제2부의 시작은  주인공이 다시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2부의 끝에는  주인공이 꿈에서 깼다는 말은 없다. 

 

나는 이 천로역정을 읽을 때, 서유기 (西遊記)가 생각났다. 불교 승려 현장 (602-664) 이 인도에 가서 불경을 가져온 실화를 소재로 하여 쓰여 진 중국 명(明)나라 때의  장편 소설 말이다. 손오공,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이 나오는 저 흥미진진한 소설.  여행기 (旅行記)라는 점에서 본다면, 천로역정은 서양의 서유기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나는 천로역정이 현대판 출(出) 애굽 기(記)란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세상의 광야를 헤매다가  나는 한 곳에 동굴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 곳에 몸을 누이고 잠을 잤다. 자면서 나는 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누더기를 걸친 한 사나이가 자기의 집을 등지고 손에는 한 권의 책을 들고 등에는 무거움 짐을 진채 어떤 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바라보니 그가 책을 펴서 그 내용을 읽는 것이 보였는데, 그는 읽으면서 울며 몸을 떨더니 마침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슬픈 목소리로 통곡하면서 말하는 것 이었다. "나는 어떻게 할까?" (시사영어사 발행 英韓 代 譯本에서 인용).  

 

바로 앞 천로역정의  첫 글에서 본바와 같이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과 문장이 나온다.  즉, “ 남루한 옷을 입은 한 사나이”, “손에는 책 한권을 들었고, 어깨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등이 그것들인데,  남자가 남루한 옷을 입은 것도  의미와 상징이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소설의 주인공인 크리스챤이  “나는 피를 흘리며 나무에 매달렸다고 생각되는 한 사람을 보았는데, 그를 보자마자 내 등에서 짐이 풀렸죠.”란 글이  나오는데,  이는 예수를 믿으면 죄 사함을 얻는다는 기독교의 중요한 교리를 뜻한다.  어깨의 짐은 인간의 죄 의식을 의미한다.  책 한 권은 성경을 말한다. 소설에는 크리스챤이 십자가를 본 뒤에 천사가 그 남루한 옷을 벗기고 새 옷으로 갈이 입히는 장면도 나오는데, 성경을 모르고는  죤 번연의 이러한 이야기 전개와  의도적으로 골라 쓴 단어와 문장들을 잘 이해 할 수 가 없다.

 

천로역정에는 크리스챤이 하늘나라에 들어 갈 때까지 주인공 크리스챤 (Christian)이   거친 길, 마을, 도시, 산, 강 과 장소 그리고 그 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귀신, 마귀, 사탄, 도깨비, 용, 반인반수, 괴물들이 나온다.  고집쟁이 (obstinate), 유순 (Pliable), 도움 (Help), 속세현자 (Worldly wise-man), 전도자 (Evangelist), 인자 (Good will), 설명자 (Interpreter), 형식주의자와 위선 (Formalist and hypocrisy), 경건 (Piety), 분별(Prudence), 박애 (Charity), 아폴리온 (Apollyon), 사심 (私心, 이기주의자로도 변역, By-ends), 애전 (愛錢, Mr. Money-love), 구두쇠(Mr. Save-all), 세상집착씨 (Mr. Hold-the-world), 소망 (Hopeful), 허신 (Vain-confidence), 떠벌이 (Talkative), 신실 (Faithful), 무지 (Ignorance), 무기력( Difference)  등이 그가  천로역정 1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 앞의 글에서 괄호안의 ,즉 (        )의 영어는 영어소설 안의 영어로된 이름(name)이다.

 

천로역정에 나오는 마을, 도시, 장소 등은 현세정략시 (現世政略市, Carfnal-Policy), 멸망의 도시 (the City of Destruction), 절망의 수렁 (the Slough of Despond), 道 (도)의 마을 ( Morality), 작은 문 (the little  Wicket Gate), 구원의 담 ( Salvation Wall), 십자가가 서 있는 언덕( A Cross-stood place ), 하늘나라의 문 ( the Celestial gate), 곤고로(困苦路) (Difficulty Hill), 기쁨의 산맥 (Delectable mountains), 임마뉴엘 영지 (Immanuel's Land), 천국의 문 ( the Gate of the Celestial City), 겸손의 계곡 (Valley of Humiliation), 시온 성 (城),  City of Sion),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교언 마을 ( Town of Fair-speech), 안일이라는 아름다운 마을 (Plain called Ease), 하나님의 강 ( the River of God), 생명수의 강 ( The River of the Water of Life), 샛길 초원 (Path Meadow), 뽈라 지역 ( the Country of Beulah, 이는 천국의 접경이다), 하나님의 낙원 (the Paradise of God)인데,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챤은 이 모든 마을, 도시, 산, 강, 계곡 과 장소를 지나서  하나님의 낙원에 들어간다.

 

 천로역정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 마을, 도시, 산, 강,  장소 등은  하나 하나의 이름들이 다 상징적이고 사람들과 도시와 마을과 장소들은  그들의 이름에 합당한 기능과 역할을 한다.   "내 이름은 김 삼 순 "이란  한국의 삼순이 같이,  그 이름 하나하나는  많은 것을 의미하고 설명해 준다.   애전 (愛錢) , 구두쇠 그리고 세상 집착씨 등의 이름은 기발한 이름이 아닌가!  이 소설의 신실이란 사람은 그의 이름이 주는 이미지에 맞게 말하고 행동한다. 천로역정에서 일차로 천성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크리스챤 (Christian) 이란 사람과  소망 (Hopeful, 시사영어사의 번역본에서는 희망으로 번역하고 있고, 신학대학의 교수인 박영호의 번역본에는 소망으로 번역되어있다) 이란 사람인데, 죤 번연이 두 사람의 이름을 이렇게 진 이유를 기독교 신자는 쉽게 알아차린다.

 

이 소설을 간략하게 요약해본다. 소설의 주인공 크리스챤은 그 의 고향인 멸망의 도시가 하나님의 심판으로 머지 아니하여 멸망될 것이라 믿고, 천국을 향해 떠난다. 책 한권과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진채 떠난다. 그는 길을 가다 바로 절망의 수렁에 빠진다. 이 때 도움 (이 도움도 이름이다) 이란 사람이 그를 죽음 직전에서 구해 준다. 이 때 한 복음 전도자가  크리스챤에게 좁은 문을 향해 가라고하여 그의 충고대로 좁은 문을 향해 길을 떠난다.

 

크리스챤은  좁은 문을 향해 가다가 속세현자를 만난다. 이 현자가  크리스찬에게 현재정략시 (現在政略市)에 사는 율법 (律法)을 만나면 등에 진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율법을 만나러 그가 사는 언덕을 올라가는데 등에 진 짐이 더 무거워진다. 그는 이 때 언덕이 무너지고 불타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리는데, 복음전도자가 다시 나타나, 그를 다시 안내하여  좁은 문으로 인도한다.

 

크리스챤은 좁은 문에 도착한다.  이 문 위에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고 쓰여 있었다. 그는 좁을 문을 지나 해설자의 집에 영접된다. 그 는 이 집에서 여러 가지 유익한 것을 본다. 매우 엄숙한 한 인물의 초상화와  먼지투성이의 방이 깨끗이 청소되는 것 등을 본다.

 

그는 이 해설자의 집을 나와서 양 편에 구원의 벽이 둘러친 길을 지나 한 언덕에서 십자가를 만난다. 이 십자가를 만나자  크리스챤의 등에 있던 무거운 짐이 저절로 굴러 떨어져서 한 무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기서 세 천사들이  그의 누더기 옷을 벗기고 아름다운 새 옷을 입혔고, 그의 이마에 표시를 하였으며, 봉인된 두루마리를 주었다. 

 

십자가에서 떠나 앞으로 향한  크리스챤은 길에서 쇠 고랑 찬 우둔, 나태, 건방등을 만나고, 헛된 영광에 사는 허례와, 위선, 위험 등을 만나면서  고난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크리스챤은 이 산의 아름다운 이라는 매우 웅장한 집에서 분별, 신중, 자선 등의 세 처녀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고, 견고한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칼과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간다. 그는 길을 떠나기 전 이 산의 정상에서 그가 가야할 기쁨의 산과 이마누엘 영지 (領地)를 멀리서 바라 볼 수 있었다. 

 

그는 겸손의 골짜기에서 아볼루온 이라는 추악한 괴물과 싸워 이긴다.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을  철천지 원수라고 말하는 흉측하고 무서운 사탄의 왕과의 싸움에서 죽을 번 하였는데 하나님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한다. 아불로운과의 싸움에서 겨우 살아난 크리스챤은 이번보다 더 위험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도깨비, 반인반수, 괴물, 용들의 공격을 받고 또 죽음 직전까지 간다. 그러나 이 곳에서 그는 말씀과 기도와 찬송으로 승리한다.

 

크리스챤은 길에서 신실 (信實) 이란 동행자를 만나는데, 그와  신실은  다음 행선지로 헛된 도시로 나아간다. 그 곳의 허영으로 가득 찬 시장 상인들이 두 사람을 감옥에 넣고 온갖 박해와 고통과 시련을 준다. 신실은 증선 (憎善 : 착함을 증오하는) 재판장으로부터 재판을 받고 사형된다. 재판관의 이름이 증선이란 점에 주목하라.

 

헛된 도시를 벗어난 크리스챤은 길에서 소망을 만나 그와  함께 천성으로 향한다. 그들은 길을 잘못들어 의심의 성주인 절망거인과 의혹 부인의 땅으로 들어갔다가 또 죽을 번 하나 약속의 열쇠로 그 곳을 탈출 한다. 이 둘은 곧 이어서 기쁨의 산맥에 이른다. 이곳에서 목자들로부터 여러 비밀에 관한  계시를 받는다. 이 기쁨의 산맥에서 그들은 망원경으로 천성문의 영광스러운 장면을 본다. 그들은 무지란 아이를 만나고, 아첨꾼을 만나 그물에 빠지나, 광채 나는 사람의 도움으로 바른 길을 간다. 광채가 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마침내 크리스챤과 소망은 뿔라 땅 천성의 접경지역)에 이르고 다리가 없는 강을 건너 천성에 도착하여 천성의 왕에게 영접을 받는다. 강은 매우 깊었으나, 건너가는 사람의 믿음에 따라 그 깊이가 조절되는 강이었다. 더 깊어지기도 하였고 얕아지기도 하였다. 크리스챤이 길에서 만난 길동무 무지 (無智) 도 이 강을 지나, 천성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들어가는 증명서가 없어 그 곳에서 바로 지옥으로 던져졌다. 여기까지가 1부의 요약이다. 2부는 크리스챤의 아내와 아들들이 천성을 가는 내용이다. 크리스챤의 부인과 네 아들은  뽈라 지역 (천성 접경지역) 까지 갔다.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들은 천성을 향해 아직 떠나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지막 관문인 다리 없는 강, 믿음에 따라 강이 깊어지기도 하고 얕아지기도 하는 강을 아직 건너지 못한 것이다.

 

죤 번연은 이 천로역정을 왜 지었을 까? 내가 읽은,  기독교선교회가 펴낸 박 영 호 번역본은 이 소설의 머리 말 번역에서 가장 핵심 부문 (이 책 앞표지 바로 뒷면에서 쓰여 진 문장)을 잘 못 번역하여 작가가 소설을 쓴 이유를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알 수가 없었다. 사단의 방해  때문이었을 까?  이 책을 읽도록 하신 하나님께 죄송할 정도로 감동 없이 책을 읽었다.

 

 내가 이 소설을 읽고 감동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번역  된 소설을 읽은 때문이었을 것이다.  명작이 다른 나라말로 번역되는 그 순간부터 그 소설은 이미 명작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박영호 번역본이 잘 번역된 소설은 결코 아니다.  또 하나는 동화 같은 우화 소설을 즐기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또, 죤 번연이 하고자 한 이야기들을, 즉,  내가 십자가의 진리들을 머리로는 대강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동이 적었다. 내가 아직 들어 보지도 못한 십자가의 진리를  나는 천로역정에서 새롭게 찾아 내지 못했다. 죤 번연은 이 우화 소설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은 높고 위대하다, 십자가의 피 없이는 죄 사함이 없다,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천국에 들어갈 자가 없다, 행위로서는 천국에 못가며 오직 믿음으로써만 천국에 갈 수 있다, 천국에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간다, 인간은 죄인이고 악하다, 세상에 속한 욕심을 버려야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악한 영들과의 싸움이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과 주장들이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하였다. 나는 이런 내용을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천로역정이 위대한 기독교 문학의 하나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 덤덤해 한 것은 우리의 소설 춘향전을 한 미국 사람이 읽고 덤덤해 한 것과 비슷할 것이다.

 

죤 번연은 이 소설에서 천국에 간 사람과 실패한 사람들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여행 중에 죽은 사람들을 본받지 말고, 소설의 주인공 크리스챤처럼 천국에 가라고 하는데, 소설 속의 그의 언행과 사고도 감동적이지 못했다.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확실한 메시지는 천국 가는 것은 어렵다, 천국에 가려면 영적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 곳에 갈 때까지는 말씀에 의지하고, 기도하고, 찬양해야한다 이다. 나도 천국 가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죤 번연의 역설이 별로 감동은  없었다. 그러나 그 많은 성경 구절을 인용해 소설을 쓴 죤 번연의 천재성에는 감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는 어느 누구와  대화를 해도, 상대방의 거의 모든 말을  성경에서 찾아낼 수 있는 천재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