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기

설악산 종주기 (縱走記)

김일중 2012. 8. 9. 15:44

설악산 종주기 (縱走記)                                                                          

2012년 8월9일
김 일 중


설악산을 종주 (縱走: 사람이 산의 능선을 따라 산을 걸어 많은 산 봉우리를 넘는일) 하였다. 나 혼자 그 산을 종주하였다.


설악산을 종주하고 싶은데, 아직 그런 경험이 없는분, 불자 (佛子)라서 봉정암(鳳頂庵, 해발 1,244m) 을 한번 가고 싶은 데도 그 절이 너무 높은 산에 있다는 말만 듣고 미리 겁을 먹고 가지 못한 분 그리고 설악산 등산에 관심은 많으나 너무 힘이 들것 같아 아직 그 산을 오르지 못한 분을 위해 나는 이 글을 쓴다. 


나는 8월 3일 동서울 고속버스 터미날에서 버스로 백담사 입구까지 갔다. 그 곳에서 백담사까지 셔틀버스를 탔다.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 영시암, 수렴동 대피소, 쌍용폭포를 거쳐 봉정암에 올라 하루밤을 잤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는 11.6km이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6시간 걸렸다.

 

8월 4일 아침 일찍 봉정암을 출발하여 소천봉, 중천봉, 대청봉(大靑峰)을 거쳐 오색으로 내려와 그 곳에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봉정암에서 오색까지는 6,2km인데, 9시간이 걸렸다. 봉정암에서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 (해발 1,708m)을 올라 그 봉우리에서 오색의 설악산 관리사무소까지 내려오는데 9시간이 걸린 것이다.

 

지금부터 15년전, 겨울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날 새벽 4시에 오색에서 대청봉에 올라 신흥사로 하산한 적이 있다. 오색에서 그 절에 도착하는데, 17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이번 설악산 종주가 두번째이다. 나는 산을 좋아하지만 등산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니다. 도봉산, 관악산이나 오르는 평범한 시민이다.

 

이 번에 설악산을 종주한 것도 미리 계획을 세우고 떠난 것이 아니고, 무작정 백담사를 목표삼아 그곳에 갔다. 그 곳에 가니, 봉정암에 가면 그 절에서 일박할 수 있다고 하여 그 곳에 갔고, 그 곳에서 대청봉을 오른 것이다.

 

집에와서 종주기를 써볼가해서 인터넷 검색 창에 ‘설악산 종주’ 란 키 워드를 쳤다. 여기 저기 불로그를 방문해보니, 내가 다녀온 그 코스가 설악산 산행에서 가장 아름다은 코스의 하나였고, 봉정암이 이 땅의 불교인들이 꼭 방문하고 싶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 (眞身舍利)가 봉안 (奉安)된 유명한 적멸보궁 (寂滅寶宮)이란 것을 알았다. 나의 무의식 (無意識)이 나를 그 아름다운 코스와 그 절까지 인도한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동서울고속버스 터미날에서 백담사를 경유하는 첫버스가 7시20분에 출발하였다. 차비는 15,000원. 휴가철이라 차가 지체되어 백담사 입구에 11:00시에 도착했다. 한 500m를 걸어서 백담사 행 셔틀버스 정류소로 갔다. 그곳에 이미 백담사을 가려는 여행객이 250명정도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차레가 되어 버스를 탔을 때는 나의 뒤에 250명정도의 여행객이 버스를 기다렸다.

 

12:00시에 백담사에 도착했다. 그 절을 거쳐 바로 봉정암 ( 庵: 큰 절에 딸린 작은 절)으로 향했다. 그 절을 가는 코스는 계곡 (溪谷: 산과 산 사이를 따라 기다랗게 움푹패서 들어가 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가는 길이었다.  봉정암까지 가는 코스에 수 많은 담 (潭: 못), 소 (沼: 계곡 같은데서흘러내러오던 물이 낙차로 인헤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패어 고여 있게된 물웅덩이), 기암괴석 (奇巖怪石), 폭포등이 있었다. 봉정암에 이르는 수렴동계곡은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과 더불어 설악산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봉정암에 이르는 계곡물은 맑고 깊은 곳도 많고, 길 좌우에는 높고 큰 나무가 꽉 차있어서 모자를 안 쓰고도 갈 수 있는 길이다. 이 길은 울창한 숲 속을 가는 길이다. 나무들이 품어내는 향기가 좋다. 맑고 깨끗한 물은 보기만해도 내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같고, 업장 (業障: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에서 지은 죄로 인해서 이 세상에서 장애자 생기는 것)이 소멸 (消滅)되는 것 같다. 더워서 땀이 많이 났지만 시원한 바람때문인지 덥지가 않았다.

 

길을 갈 때 백담사를 향하는 등산객을 만나기도 하고 내 앞을 앞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오고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니 세상은 조용했다.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뿐이다. 나는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봉정암에 가까울 수록  올라가는 길은 가파랐다. 봉정암에 가까울 수록 나의 쉬는 횟수가 많아졌고 쉬는 시간도  길어젔다. 

 

봉정암에 가려면 500m를 더 가야한다는 지점에 왔을때 나는 지쳐있었다. 더 가는 것이 힘들었다. 다리는 매우 아팠는데, 한 발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오르는 길은 가파랐다. 정말 힘든 길이었다. 집에와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니, 봉정암에 오르는 길을 이렇게 묘사되어 있었다. " 봉정암 가는 길은 그야말로 극기 훈련과 다름없다. 깔닥고개는 가장 힘든 코스다. 6시간의 산행은 기본이고, 두발과 두 손까지 이용해야만 오를수 있는 바윗길이다" 고.

 

500m는 먼 거리가 아니다. 쉬고 오르고 쉬고 올라서 염불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왔다. 염불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왔을때, 그 염불 소리가 정말 좋았다. 그 소리는 정말 기쁜 소리였다.  염불소리가 들리는 그곳, 아직 봉점암이 아닌 그곳에서, 내가 목적한 그 목적지까지 내가 무사히 왔다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여유있게 쉬었다. 200m를 더 걸어서 오후 7시에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했다.

 

이미 저녁 공양시간이 지났지만 늦게 도착한 등산객과 불자들을 위해 절에서 밥을 새로 하고 있어서 한 10분 가다렸다가 주먹밥 한 덩이와 미역국 한 그릇을 얻어 먹었다. 공짜 밥이다. 국과 밥이 맛있어서 더 달라고 했다. 더 주었다. 정말 맛잇게 먹었다. 세상인심은 고약해져도 절 인심은 언제나 좋다. 자리이타 (自利利他)에 관한 부처님의 가르침 때문일 것이다.

 

봉정암 종무소에가서 하루밤 재워달라고 했다. 담당자가 "이 절은 등산객을 재우는 곳은 아니나 밤에 기도하시겠다면 기도 할 곳을 마련하겠고 하면서" 티킷을 한 장 주었다. 고마왔다. 나는 보시함에 돈을 넣었다. 내가 아는 부처님 법에는 공짜가 없다. 이 높은 산위에 올라서 하루를 잘 수 있다는 그 인연을 고마와 했다. 신라시대에 서기 677년에 자장율사가 처음으로 이 절을 세우고, 그 뒤에 원효대사, 보조국사, 환적, 설정 스님등이 도를 닦았다는 그절에 내가 하루 밤을 머물 수 있다는 그 인연을 고마와 했다.

 

종무소 직원이 안내하는 방에 갔다. 그 방은 컸고, 이불은 없었고 깔고 앉을 방석이 많았다. 그러나 나에게 활당된 공간은 나 혼자의 몸을 뉠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두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는 그렇게 좁은 공간이었다. 가을이나 겨울에는  절을 찾는 이와 등산객이 많아서 이 큰 방에서 60-70명이 앉아서 밤을 새운다고 한다. 나는 다행이도 그날에는  30명이 그 방을 쓸수가 있어서 나는 누워서 잘 수 있었다. 내가 그 절에 머문 그날 밤에 300명 정도의 손님이 그곳에서 하루를 묵은 것 같다.

 

새벽 5시에 기상했다. 그 절에서 6시부터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다. 주먹밥과 미역국을 또 먹었다. 6시 20분에 점심때 먹으라고 준 주먹밥을 가지고, 그 절을 떠났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절에서 소청봉, 중천봉, 대천봉을 지나 오색까지의 6.2km를 9시간을 걸었다.


날씨는 맑았고 더웠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는 날씨가 더웠으나 덥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하산길은 더웠다. 길을 감싸는 숲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을 오를 때 보다 다리가 더 아팠다. 산을 내려오는 길이 지하철 계단을 내리고 오르는 것처럽 계단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다리가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데 훈련이 안돼 있어서 어제보다 다리가 더 아팠다.  그러나 소천봉, 중천봉, 대천봉에서 조망한 설악산의 경치는 나의 다리 아픔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설악산에는 등산로가 정해져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내가 지난 길에는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길을 일을 염려는 없었다. 손전등을 가지고 있으면 밤에도 산행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해 있을 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도, 그 곳에서 밤을 새워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어디를 가나 물은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계곡외에는 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봉정암에 머물때에는 그 곳이 부처님의 진신사리 (眞身舍利)(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사리)가 묘셔진 절인 줄 몰랐다. 나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두번이나 친견 (親見:직접보다) 할 수 있었다. 전에, 1970년대 후반이다.  이후락씨가 조계종 신도회 회장을 할때,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선산 도리사에서 부처님 진신 사리가 발견되었는데 이를 공개한 적이 있다.  그 때 도리사에 가서 구슬처럼 생긴, 찬란한 광채를 내는, 강낭 콩 크기의  사리를 직접 봤다.


서울 조계사에서 또 한번 부처님 치신사리를 친견했다. 내 바로 앞에서 눈이 안보이는 여자 보살 한분이 이 그 부처님 진신 사리를 보면서 " 아! 장엄하네, 찬란하고 찬란하네, 광채가 나네!"라고 감탄해서, 친견이 끝나고, 그 장님 보살과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대단히 죄송한데 그 사리가 보이쎴나요"라고 내가 물었을 때, "내 비록 육신의 눈은 멀었으나, 영안(靈眼)은 사리가 보였습니다"고 그 녀는 내게 대답했는데, 나의 앞길에 대해서도 예언의 말을 한마디 해주었다.

 

봉정암에 관해, 사리에 관해  더 알고 싶으신 불자께서는 인터넷 검색창에서 '봉정암'을 검색해보십시오.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산을 좋아하지만 아직 설악산을 가보지 못한 분들에게, 등산 배낭하나에 물 한병 넣고, 손 전등하나 넣고, 수건과 갈이 입을 옺  몇점을 넣고, 운동화 신고, 모자 쓰고도 봉정암에 올라 1박하고 대청봉에 올랐다가 하산하면 설악산을 종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글을 썼다.

 

저의 뜻이 잘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봉정암을 방문하기 원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저 처럼 무작정 백담사가는 버스를 한번 타 보십시오. 점심 한끼를 준비해가면,  그것이 설악산 종주가 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