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무속인)은 어떤 사람인가? (독후감)
무당 (무속인)은 어떤 사람인가?
2015년 12월 25일
김 일 중
“한국 무속인 열전 (韓國 巫俗人 列傳) 1958-2002”을 읽었다. 지난 2009년 타계한 서정범 전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쓴 책이다. 저자는 무신론자다. 2002년에 개정판으로 나온 것을 읽었다. 출판사는 우석. 이 열전은 모두 6권으로 된 책이다. 2,000쪽이 넘는다. 열전이란 단어가 설명해주듯이 이 책에는 서 교수가 우리말의 뿌리를 연구하기 위해 45년간 한국의 유명한 무속인 3,000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쓴, 그들 각자에 대한 간략한 전기(傳記)들이 기록되어있다.
국어사전은 무당(巫堂)과 무속(巫俗人)을 동일한 뜻으로 정의해서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 무속열전을 읽으면 우리나라의 무당(巫堂)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책이 수필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어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 학술 서적이 아니라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종교에 관심이 있는 분은 한 번 읽어 볼만하다. 점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면 무속인 에게 속지 않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말의 무당에 해당하는 영어는 여러 단어가 있으나, 그 중 하나가 샤먼(Shaman)인데. 이 단어를 영영 사전(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은 이렇게 정의한다. A person in some religions and societies who is believed to be able to contact good and evil spirits and cure people of illnesses. (종교와 사회에 속한 사람으로 선한 영과 악한 영과 접촉할 수 있고 병자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사람). 영영 사전은 무당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어진다고 정의하는데, 점을 친다는 설명이 빠져있고, 우리말 사전에는 무당의 치유 능력을 언급하지 않는데, 서 교수의 책에 따르면, 무당은 예언을 하고, 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들 거의 모두가 지금은 무당이라 하면, 다 사기꾼이고 무교(巫敎)를 미신이라고 믿는다. 무교를 미신이라고 믿게 된 원인의 하나는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올 때, 이 땅의 무속 종교를 미신이라 심하게 비판한 영향 때문이고, 일제 강점기에 일본 통치자들이 무교를 미신이라고 탄압했기 때문이기도하다.
불교에서 도통(道通)한 사람은 예언을 하고 병을 치유하며, 기독교에서도 성령(聖靈)을 받은 사람은 예언을 하고 병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땅의 목사가 귀신을 볼 수 있고 예언을 할 수 있고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하면 당장 ‘무당 같은 목사’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곧장 이단(異端)이라고 난리가 난다.
그러면 이 땅의 무당들은 어떻게 예언(점치기)을 하고 병을 치유할까? 이 질문에 대한 아래의 답변은 ‘한국인 무속열전’에서 대부분 얻은 지식에 근거해서 쓴 것들이다. 이 글은 무당을 긍정적으로 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여자 무당을 무녀(巫女)라고 하고, 만신이라고도 한다. 이 만신(萬神)은 무녀를 높여부른 이름이다. 남자 무당을 박수무당이라 부른다. 무당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가 어렵고 비참한 가정환경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이다. 무당이 되지 않으려고 많은 애를 썼는데도 그들이 가진 무병(巫病)을 치유 받을 수 없어서 무당이 되었다. 무병에 걸리면 머리가 아프다. 식욕이 없다. 무기력하다. 의욕이 없다. 움직이고 싶지도 않다. 깊은 잠을 잘 수도 없다. 그러나 정신은 말똥말똥하다. 병원에서 의사가 진단해도 병명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무병은 굿을 해야 치유가 되고, 점을 치는 능력이 생기고 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나타난다.
굿은 무당이 노래나 춤으로 귀신에 치성을 드리는 의식이다. 굿을 해서 신을 받으면 그 신 때문에 예언의 능력이 나타난다. 무당이 몸에 신이 실려 말을 하는 것을 공수(空授)라고 한다. 무당은 그가 굿을 할 때나 점을 칠 때, 신이 그 몸에 내리면 무당 자신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 그저 나온다. 이 때 나온 말을 신어(神語)라고 한다.
무당들에게 실리는 신은 매우 다양하다. 조상신, 산신, 지신, 천신, 옥황상제, 자연신, 세종대왕, 광개토대왕, 이 순신, 맥아더장군, 어린아이, 관운장 등 아주 다양하다. 관운장이 실리면 중국어로 공수도 한다. 무녀에 남자 신이 실리면 남자 목소리로 공수를 하고, 평소에 술을 못하는 무녀는 갑자기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맥아더가 실리면 영어로 공수를 한다.
무당들은 환시(幻視)와 환청(幻聽)으로 귀신을 보고 귀신의 말을 알아듣고, 귀신들과 대화를 한다. 우리가 꿈속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듯이 그렇게 한다. 어떤 무당들은 그와 함께 하는 신들과 심지어 성관계까지도 한다.
무당들은 그를 찾아온 손님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들에 대한 여러 가지를 파악한다. 손님이 병자일 경우는 그 손님의 아픈 부위가 그 자신도 아프게 느껴진다. 손님의 위가 아프면 무당의 위도 아프다. 무당마다 손님의 여러 가지를 파악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어떤 무당은 손님을 바라볼 때 흑백 TV처럼 영상이 스치고 지나가기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다. 영상은 안 보이지만 말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무당도 있다.
손님이 기독교 신자면 가슴이 십자가가 보이고, 불교인이면 부처가 가슴에서 보이고, 믿음이 좋으면 십자가나 부처의 영상이 뚜렷하다. 바람을 피우는 여자 손님이면 그녀의 치맛자락에서 남자의 영상을 본다. 돈을 꾸어주고 받지 못해 찾아온 손님의 경우는 그 손님의 호주머니가 찢겨진 상태로 보인다.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온 손님은 그녀의 남편 영상에서 다른 여자의 영상을 함께 본다. 무당들의 손님 파악 방법은 무당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일 다 열거하기 힘든다.
무당들 대부분은 그에 실린 신들이 손님의 여러 가지 일들을 알려 주는데, 어떤 무당들은 신들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그 자신이 스스로 아는 사람도 있다. 그가 입을 벌리면 그 말이 예언이 되고 그 예언이 맞는다. 손금과 관상을 공부한 적이 없는 무당도 손님의 손금과 관상을 보면 그 곳에 그 사람에 대한 과거와 미래에 대한 글자가 나타난다.
무당들은 산에 가서 기도를 한다. 기도를 하면 힘과 기가 들어오고, 그 힘과 기로 인해 병자를 치유하는 능력이 나타난다. 치유능력과 예언 능력도 무당마다 다른데, 기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것에 비례해서 치유 능력과 예언 능력도 향상된다.
무당의 영험도(靈驗度)는 그에게 실린 신의 중량감에 따른다. 그 무당에 실린 신의 크기에 따라 예언 능력과 치유능력이 달라진다. 무교의 최고신은 옥황상제(玉皇上帝)인데, 그런 신이 실리면 최고의 무당이다. 대게 조상신들이 실리는데, 산신(山神)만 실려도 영험한 무당이다. 그런데 실제는 잡신이 실린 무당이 많다. 어떤 무당에게는 짐승의 귀신이 든 이도 있다.
어떤 무당은 점을 치고도 돈을 안 받는다. 이는 그에게 실린 신이 돈을 받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돈을 받으면 몸이 아프고 신에게 혼나며, 꿈에 맞기도 하는데, 생시에 보면 그 신에게 맞은 자리에 멍이 든다.
점을 치러 갔다가 사기를 당하는 것은 무당이 신의 공수라고 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다. 신이 하지도 않은 말을 돈을 벌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고, 신이 무당을 먹여 살리려고 신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다. 이럴 때를 주의하고 조심하여야 한다. 무당도 착한 무당이 있다. 불치병을 무당을 통해 고치는 경가 있다. 무당이라고 다 사기꾼은 아니다. 무당에게 실린 영이 도덕적으로 높은 영이면 좋은 일을 한다. 살아생전에 의사였던 영이면 치유능력이 뛰어나다.
2,000 쪽에 달하는 한국 무속인 열전에 기록된 그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여기에 다 기록할 수 있는가? 이제 글을 줄이려고 한다. 서 교수의 책을 읽고 알아낸 지식은 종교적인 점에서 무교나 불교나 기독교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사람은 될수록 착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되었다. 나는 기독교도 인데 내가 믿는 신이 천지를 창조한 최고의 신 (God)이라는 것을 기뻐한다.
서 교수의 책에는 사주팔자, 묏자리, 수맥 등에 얽힌 재미있는 글들도 있다. 사주팔자와 묏자리, 소위 명당에 관해서는 전면 부인은 안하나 그렇다고 100% 믿지도 않는다. 내가 아는 불교(서가모니)는 사주팔자를 부인한다. 나도 부인한다. 안 믿는다. 묏자리와 명당에 관해서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나 그것에 대해 학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 교수의 책을 읽고는 물이 나는 곳에 조상을 모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맥에 관해서는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맥이 과학의 경지까지 온 것으로 나는 안다.
나는 점을 안 친다. 그렇게 해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점을 칠 생각이 없다. 그러나 현대 의학이 해결 못하는 병에 걸렸을 때는, 예를 들어 정신병 같은 질병은, 종교가 없는 분은 한번쯤 무교인을 찾는 것이 결코 부질 없는 일이 아니라고, 서 교수의 책을 읽고는, 생각하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