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보수집회(12월 3일) 참관기(參觀記)
서울역 보수집회(12월 3일) 참관기(參觀記)
2016년 12월 4일 김 일 중 씀
(조갑제 닷컴 회원토론방에 쓴 글)
12월 3일 오후 2시 40분에 서울역 1번 출구로 나와 보수(保守)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3시부터 집회가 시작되는데도 지난 11월26일의 인원의 4-5배가 넘는 많은 군중이 이 모여 있었다. 준비한 의자에 빈자리가 없었다. 서울역 시계탑에서 롯데 아울렛까지의 광장의 70%이상에 사람들에 점거되어 있었다. 주최 측은 5만 명이 모였다고 했다. 거기 있는 군중의 90% 이상이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젊은이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역 역사를 한 바뀌 돌아보았다. 노숙인도 보였다. 태극기를 들고 노천에 잠든 노숙인도 있었다. 광장엔 확성기에서 나오는 구호(口號)와 애국가가 들였으나 오고 가는 사람들은 별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광장엔 비둘기들이 열심히 모이를 주워 먹고 있었다. 역사 지하에는 잘생긴 젊은 남녀 한 쌍이 포옹을 하고 있기도 했다. 식물대통령이니, 국정 마비(痲痺)니, 혼란스러운 정국이니 하는 말들은 어느 하나도 맞는 말인 것 같지 않은 풍경이었다. 긴장이 풀린 경찰도 여기 저기 보였으나 역사 주변은 평화로웠다.
시위 주체는 ‘박근혜 퇴진(退陣) 범국민행동’ 이었다. ‘전국 보수연합 총궐기 대회’ 란 플래카드도 보였다. 구호는 이런 것이었다. ‘박근혜 하야 반대’, ‘사회주의 공산주의 반대’, ‘국회의원 중 대통령보다 깨끗한 사람 있으면 나오라’, ‘대통령님 힘내세요.’ ‘헌법 수호(守護) 헌법을 지키자’, ‘대통령을 난도질만 해대는 방송 언론은 죽었다’, ‘북한을 방문했던 46개 방송언론 사들은 믿을 수 없다’, ‘KBS 시청료 거부’, ‘엉터리 방송 퇴진하라’ 등이었다. 연사들이 검찰을 비난 했으나, 구호로 외치지는 안했다. 그에 관한 피켓은 없었다.
광화문 시위를 참관하기 위해 서울역을 오후 4시 30분에 떠날 때까지 거의 두 시간 동안 그 곳 시위 현장에 있었다. 시위 군중의 열기는 뜨거웠다. 대통령의 하야는 막아야 하겠다는 염원이 강했다. 연사들은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매우 걱정하는 듯 했는데 시위 군중은 그런 일이야 있겠는가 하고 낙관하는 것 같았다.
주최 측은 좌파들은 내년 선거를 위해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지금 8개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했다. 그것들이 내년에 상영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우파(右派)는 단 하나의 영화도 못 만들고 있단다. 연사들의 연설 중에 모금함을 든 여인들이 여기 저기 있었는데 의외로 10,000 짜리 돈을 많은 사람들이 함속에 넣었다.
연사들은 원고를 보고 연설하는 이들도 있고 없이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좌파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은 연사와 청중의 호흡(呼吸)이 매우 잘 맞는 거것이었다. 연사가 장구와 복을 추면 그 가락에 아주 잘 맞게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연사가 ‘여러분 대통령이 1원 한 장이라도 먹었습니까?’ 이렇게 말하면, 즉시 그 많은 청중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하나가 되어 ‘아니요’ 라고 호응한다. ‘대통령이 죄가 있습니까?’ ‘아니오’. ‘하태경을 누가 국회의원으로 뽑았습니까?’ ‘우리가요’ ‘그 사람 다음번 선거에서는 어떻게 해야죠?’ ‘떨어뜨려야 합니다.’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그 현장에 나온 사람들은 시위를 하면서 기쁘고 즐거워했다. 근심하고 걱정하고 절망하지 않았다. 언론을 성토(聲討)하고 좌파를 적대하긴 했어도 그렇게 심한 적대감을 표출(表出)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름을 아는 연사는 서경석 목사, 신혜식, 이경식, 윤창중 등이었다. 모든 연사들의 연설을 다 듣지 못하고 광화문 시위 현장으로 떠났는데, 그들은 그렇게 선동적이 아니었다. 논리적이었고 설득적이었다. 심한 적대감을 나타내지도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창중의 연설을 처음 들었다. 언론의 횡포(橫暴)에 대한 한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가 글은 잘 쓸지 몰라도 아직 연설은 잘한다는 말은 못하겠다. 연습이 필요하고 리허설이 필요한 것 같았다. 이경식의 연설이 좋았다. 그는 원고 없이 연설했다. 원고 없이 외워서 하는 연설은 보고 하는 것보다 파괴력이 있다. 훨씬 감동(感動)적이다. 그 분 체구도 좋고 인물도 좋더라.
좌파들의 시위 보다는 인원이 적고 시설도 적고 선동적이지 못해도 12월 3일의 서울역 보수집회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태극기를 열렬히 흔드는 손들, 모금함에 돈을 넣는 손들, 박태동령을 보호(保護)해야 하겠다는 간절한 염원(念願)이 묻어난 훌륭한 시위였다. 이 날의 시위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힘과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박대통령의 임기를 끝까지 마치기를 바라는 말없는 국민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