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칼럼

대통령과 재벌회장을 죄인으로 만들려던 청문회는 실패다.

김일중 2016. 12. 7. 08:12

대통령과 재벌회장을 죄인으로 만들려던 청문회는 실패다.

                                                                                               2016년 12월 7일 김 일 중 씀

                                                                                               (조갑제 닷컨 회원도론장에 쓴 글)

 

어제 (12월 6일) 9명의 재벌 그룹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TV 시청했다. 다 본 것 아니다. 중간에 그만 두었다. 내가 알고 있는 청문회 (聽聞會)의 사전적인 의미는 청문회는 ‘국회 위원회가 중요한 안건의 심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 참고인, 감정인으로부터 증언 및 진술 청취와 증거 채택을 위하여 여는 공개적인 절차’ 이다.

 

내가 시청한 그 날의 청문회는, 위의 사전적인 의미의 청문회는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이 검사(檢事)가 되어 죄인들을 심문하는 것이었다. 네 이놈 죄 있으렷다. 이실직고(以實直告)하거라. 거짓말하면 주리를 들것이다. 여봐라, 형틀을 준비하라‘ 는 죄인 신문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검사로 돌변한 국회의원들은 박대통령이 죄인인데, 재벌회장에게 그의 죄를 자백(自白)하라는 것이었다. 당신들은 그 범죄의 공범이고 공범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협력자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죄인이 아니다. 죄인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대답하면, 왜 숨기느냐고 거짓말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이러한 박대통령 죄인 만들기 청문회는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이었다. 혈안(血眼)이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이런 청문회를 지켜본 기자들은 이렇게 보도한다. 송곳 질문이 없었다. 의원들의 준비가 부족했다. 이러한 보도를 한마디도 요약하면, 박대통령은 죄인인데, 청문회에서 이를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AP통신도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공개 심판(審判)을 받았다”고 보도 했다고 한다. 영어 원문을 볼 수 없으니 여기에 사용된 심판이란 단어를 어떤 영어 단어가 사용 된지 모르나, 우리가 쓰는 심판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일이나 상황 문제 땅위를 자세히 조사하여 잘잘 못을 밝힘’ 인데,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 세계적인 통신사도 엉터리 보도를 한 것이다. 잘잘 못이 뭐가 밝혀진 것이 있냐? 이 기사를 쓴 AP기자가 한국인이라면 그도 눈이 멀었고 여론재판형 기자다.

 

우리나라의 그 많은 언론기관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이런 내용의 보도를 해야 옳다. 재벌 9명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했으나 박대통령을 기소(起訴)한다 해도 유죄를 이끌어 내기 힘들 것 같다. 아니면 오늘의 청문회는 대통령의 기소는 여론(與論)재판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해야 옳다. 좀 더 선동적인 기사라면, 오늘의 청문회는 대통령을 범죄인으로 만들기에 실패(失敗)라고 보도해야 맞다.

 

어제의 그 검사 국회의원들의 이력서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모았다. 그 국회의원들 중에는 청문회에 불려나온 그 그룹회사에 원서를 냈으면 100% 낙방할 이도 들어 있었다. 시대가 좋아서 국회의원들이 떵떵거리면서 재벌회장을 족치고, 야비한 언어와 인신 공격성 단어를 사용하면서 그들을 비난하고 단죄(斷罪) 했으나, 그들은 사실 많이 억울했을 것이다.

 

광화문 시위에 사용된 구속, 공범(共犯) 같은 야비한 구호지(口號(紙)지까지 청문회 현장에 들고 나와서 재벌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재벌들이 다 망하고 그 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잃고 거지꼴을 하고 광화문 시위 현장의 비둘기까지 잡아먹어야 저 국회의원은 웃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信奉)하는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인 하태경의 재벌회장 앞에서의 일장 훈계와 질책은 정말 가관(可觀) 중의 가관 이었다. 그가 어느 시위 현장의 선동 연설 같은 소리를 질러댈 때 그 회장들의 표정을 보았다.

 

김승현 회장의 얼굴 표정은 주먹으로 그의 면상을 한 번 갈겼으면 싶은 그런 것이었다. 이분은 권투협회 회장을 한 분이다. 김 회장은 청문에서 가장 당당했다. 구본무 회장은 미소 아닌 미소를 띠고 있었다. 기가 찬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아주 짜증스러운 얼굴이었다. 속으로 많이 울분을 삼켰으리라. 최태원 회장은 비교적 담담했으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은 검찰에서 하도 곤욕을 치러서 그런지 얼굴에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이재용 회장은 청문회 때 아예 자신을 죽이고 겸손함을 말에서 행동에서 나타내려고 작심하고 나온 분인 것 같았다. 하태경이 검사가 되어 공소장을 읽을 때 그는 겸손한 얼굴이었다. 손경식 회장은 얼굴에서 자비심이 보였다. 호랑이 앞에 여우 한 마리가 잔재주 부리는 것을 보는 그런 얼굴이었다.

 

재벌 회장들이 죄인(罪人)은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완전무결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애국하는 것보다 그들은 훨씬 더 애국한다. 국회의원들이 검사가 되어 죄인 아닌 회장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박대통령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했으나 실패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