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칼럼

우병우 씨 죄인 만들기 청문회는 실패다.

김일중 2016. 12. 22. 20:01

우병우 씨 죄인 만들기 청문회는 실패다.

 

2016년 12월 22일 김 일 중

(조갑제 닷컴 회원토론 방에 쓴 글)

 

우병우 청문회를 TV로 시청했다. 12월 22일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시청했다. 다른 사람들의 청문은 관심이 없었다. 우 씨에 대한 것만 관심이 있었다. 그의 청문회는 정확히 10시 55분부터 1시간 35분간 개최되었다.

 

그에 관한 청문회는 한 마디로 우병우 죄인 만들기 사또 재판이었다. ‘네 이놈, 죄인 우병우 들어라. 이실직고(以實直告) 하렸다.’ 였다. 온갖 질문에 ‘아니오, 아니오’ 하니, 사또가 낙담(落膽)했다. 죄인 우병우는 담담했으나 사또가 시무룩해졌다. 죄 없는 사람을 죄인 만들기가 어디 쉬운 일이냐?

 

그 청문회를 이렇게 비유하면 어떠할 가? 한 마리 호랑이를 잡아다가 과천 동물원 쇠창살 있는 사육사에 가두고 그 사육사 앞에서 온갖 여우새끼들이 북치고 장구 치고 피리 불면서 갇힌 호랑이를 조롱하고 험구하고 악구(惡口) 하는 축제였다고. 그 청문회는 TV 생중계 속에 벌어진, 선거 표를 구걸하는 여우새끼들의 축제였다.

 

조선일보가 어느 날 우병우를 제일 먼저 죄인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이 땅의 모든 여론기관들이 눈감고 조선일보를 따라 그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다음에는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이 그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를 죄인으로 여겼다. 야당국회의원들은 서울 지방검찰청 옆에 천막을 치고 철야 농성을 하면서 우 씨를 구속하라고 하였다. 그 천막 현장을 내가 가보았다.

 

아래는 12월 21일의 경향닷컴의 보도다. “우 전 수석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큰 것만 꼽아도 5~6가지가 넘는다. 검사 재직 시절 처가 식구의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에서부터 변호사 시절 무료 변론 논란, 아들의 의무경찰 특혜 발령 소문까지. 의혹들은 우 수석 개인뿐만 아니라 박근해 정권 전체의 문제로 비춰지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정권 ‘사정라인’의 최정점(最定點)인 민정수석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검찰마저도 그를 둘러싼 의혹(疑惑)들을 풀어내지 못했다. 특별수사본부까지 나섰지만 확실한 수사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추가 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지난 11일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사건을 떠넘겼다. 이를 두고선 아직도 정권 실세로 지목되고 검찰 출신이기도 한 우 전 수석의 ‘힘’이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왔다.

특히 최근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했을 수 있다는 의혹과 세월호 사건 검찰 수사 과정 개입 의혹 등이 추가되면서 우 전 수석 출석은 이번 청문회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신문 보도와 같이 우씨에 대한 의혹은 많으나 아직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태에서 우씨가 오늘 청문회에 나온 것이다. 여론 재판의 피고로 나온 것이다.

 

야당에서 우씨를 민정수석에서 해임하라고 해도 미동(微動)도 않은 박대통령의 결연한 의지, 검찰청에 출석했던 우씨의 당당한 태도를 보고 그가 결코 감옥 갈 죄를 짓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걸어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걸었다. 나는 이것을 보고 그의 결백을 믿었다. 아무리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이라도 죄 있는 자가 언론기관에 소송을 걸 수는 없지 않느냐?

 

우병우 씨의 이력서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를 청문할 국회의원들의 이력서도 모두 다 검색해보았다. 그 중에는 학교 다닐 때 근면하게 열심히 공부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7급 공무원 시험에도 100% 낙방할 이도 있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의 우병우 씨를 살펴보았다. 그도 나이 50이 돼서 그런지 머리에 흰 머리가 있었다. 얼굴이 단아(端雅) 하였다. 얼굴이 반듯하였다. 굽은 되가 없엇다. 잘생긴 얼굴이었다. 표정이 담담하였다. 겸손한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에 애써 그의 감정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검사로 돌변하여 심문을 시작하였다. 범죄자 취급을 하였다. 조롱하였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 없이 의원들이 준비한 모든 질문에 대해, 모른다, 아니다, 의원님의 의견에 동의 못한다, 사실 대로 답변하고 있다, 직무 중의 일을 여기서 밝히고 싶지 않다 는 등 어느 하나도 의원들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신문이 시작되고 의원들이 공세를 높이자 기가 죽기는커녕 당당해졌다. 비굴하기는커녕 의연(毅然)했다. 교만하게 질문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교만하게 대답했다. 조롱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질문의 뜻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그의 질문을 무력화 시켰다. 무시당하면 그도 상대방을 무시했다. 결코 밀리지 않았다. 맞받아쳤다. 누가 봐도 우 씨는 잘 싸웠다.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동료의원들을 모고 마음이 편하지 못한 김성대 위원장이 우씨의 태도가 불량하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여전히 당당했다. 죄 없으면 누구나 당당하기 마련이다. 검찰 출두 때 왜 짜려 보았느냐? 왜 검찰 조사 받을 때 팔장끼었느냐? 물었으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또박 또박 해명했다. 도망 다녔다는 의원에 대해서는 결연하게 결코 도망 다니지 않았다고 항변(抗辯)했다.

 

장재원 의원은 오늘의 청문회에서 가장 험한 욕을 많이 한 의원으로 기록돼야 한다. 그는 우병우씨에 대해 참으로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욕설과 험담과 훈계로 우씨를 난도질했다. 그를 악마로까지 표현하였다. 그의 인상이 꼭 올가미로 들개 잡으러 다니는 개 도둑놈 같이 생겼는데, (나는 의도적으로 이런 단어를 골라 쓰고 있다) 그의 입은 참으로 더럽고 추했다. 그는 오늘 우씨를 능멸(凌蔑)했기 때문에 나도 그를 험구하고 능멸할 권한이 있다.

 

안민석의원인 것 같다. 그는 우병우 씨에게 박대통령을 존경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즉시 대답했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존경한다고 대답했다. 무엇 때문에 존경하느냐고 물었다. 그분이 국가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성이 있어서 라고 대답했다. 우 씨의 말을 통해 박대통령을 깎아 내리려다가 허를 찔린 안 씨는 김기춘 씨를 존경하느냐고 또 물었다. 그는 역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안의원이 답변을 듣고 화가 난 것 같았다.

 

12시 반이 되어 청문회가 끝났다. TV 조선에서 해설하는 한 해설자가 이렇게 말하였다. “우병우 씨가 많이 준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원들의 질문이 날카롭지 못했어요. 지금까지의 의혹 중 아무 것도 밝혀 진 것이 없습니다” 라고. 그의 말 속에는 우병우씨는 분명 죄인인데 의원들이 밝혀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병우 씨는 죄인이 아니다. 우병우 죄인 만들기 청문회는 완패(完敗)다 고. 조선일보, 언론 기관, 민노총, 국회의원들, 정치인들, 광화문 촛불 시위꾼들, 그리고 좌파들이 우 씨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고. 우 씨 오늘 잘 싸웠소. 정말 잘 싸웠소. 당신이 당당(堂堂)해서 좋았소 라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