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칼럼

태극기 시위(2월25일, 대한문과 서울시청 앞) 참관기(參觀記)

김일중 2017. 2. 26. 01:50

태극기 시위(2월25일, 대한문과 서울시청 앞) 참관기(參觀記)

2017년 2월 25일   김 일  중

(조갑제 닷컴 회원 토론방에 쓴 글)

 

갈대(판사)는 바람(여론)에 흔들린다. 그러나 강물(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은 세찬 바람(여론)에도 그의 물줄기를 바꾸지 않는다. 깃대에 꽂인 깃발도 바람에 펄럭인다. 바람이 없어야 깃발은 펄럭이지 않는다. 바람이 있어도 그것을 막아주면 갈대는 흔들지 않는다. 깃발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제14차 탄핵 기각 궐기 국민대회에 가기 위해 시청역 전철 4번 출구로 나간다. 좌파의 바람을 막고 그들보다 더 센 바람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 시각은 오후 2시 5분. 출구가 인파(人波)로 막혔다. 전진이 어렵다.

 

간신히 지하에서 땅 위로 나왔다. 와! 깃발들이 많기도 하다.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들이 장엄하다. 아름답다. 깃발에 박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위한 염원(念願)을 달고 많은 사람이 모였구나! 유치환(1908~1967) 시인(詩人)은 1939년 이런 깃발을 보고 아래와 같은 “깃발” 이란 시(詩)를 썼을까?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닲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태극기가 보인다. 성조기도 보인다. 고려대와 연세대 애국동지회의 깃발이 보인다. 서울공대, 총신대 신학대학원 82회의 애국동지회 깃발이 보인다. 성남중고,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용산고, 대전고 44회, 경남중고 16회, 경북중고 42회, 배재학당 73회, 경기상고, 중앙 54회 산악회들의 기발이 보인다. 그 깃발 중에는 저 멀리 남도의 영주중학교의 깃발도 보였다.

 

예비역 장교들이 모두 들고 일어난 것인가? 예비역 장교들이육사, 해사, 해병대, ROTC, 해군갑종, 육군갑종, 육군 3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반동특수여단, 단기 간부후보 등의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육사, 연대, 고대, ROTC 애국동지회의 깃발이 많고 커서 하늘을 덮었다. 저 촛불집회에도 오늘처럼 예비역 장교들이 깃발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을까? 안보가 위협을 받으니 예비역 장교들의 근심과 걱정이 크다.

 

이외에도 많은 깃발들이 있었다. 불교 단체, 기독교 단체들의 깃발이 있었다. 대한민국 자유실천연합 청년단, 파주시 애국동지회, 애국청년 300용사, 황해도 주민 애국동지회, 파주시 애국동지회, 불교도 총연합들의 깃발이 있었다. 저 멀리에 깃발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날이 갈수록 시위 군중이 많아지고 깃발은 더 늘어간다. 오늘은 깃발이 시위 현장의 하늘과 땅을 덮었다고 해도 틀린 묘사(描寫)는 아니다.

 

시위 군중은 얼마나 모였을까? 주최 측은 300만 명이 모였다고 했다. 많이 모였다는 뜻이다. 전국 각처에서 왔다. 대한문에서 남대문, 조선일보, 서울시청 앞 광장, 저 을지로 입구까지 사람이 찼다. 음향시설과 비디오 시설이 평소의 두 배가 넘었다. 내 눈에 띈 것만 해도 대형스크린이 8대였다. 대형 스피커만 해도 10대나 됐다. 최대 규모다.

 

좌파는 총동원령을 내렸어도 100만이 모였다는데, 우리 태극기 세력은 그 세 배의 사람이 모였다. 기쁜 일이다. 탄기국 정광용 회장은 3월 1일에는 500만 명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그날 우리 모두 나오자. 내일 (2월 26일) 아침 8시에는 버스 100대가 시위 현장 이 곳 (대한문 알)에 모여 시위 군중을 싣고 대구로 간단다. 거기에 갈 사람은 누구나 그 시간에 그곳에 가라.

 

시위 행사는 오후 2시 반에서부터 국민의례로 시작해서 연사들의 연설로 1부 행사가 6시에 끝났다. 이어서 행진을 했다. 남대문, 서울역, 염천교, 중앙일보(JTBC) 서소문을 거쳐 대한문 앞 출발지로 돌아왔다. 많은 인파의 행진으로 행진만 2시간이 걸렸다. 출발지에 돌아온 시위 군중은 또 다시 연사를 연단에 세워 연설을 들었다. 그 시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권영해, 정광용, 고대, 연대 애국동지회 대표, 육해공 사관학교 동지회 대표, 김평우, 서석구, 정미홍, 장수덕, 조원령, 조원진, 허평환, 박대출, 변희재, 윤상현 씨 등이 연설을 했다. 이들의 연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가지고 연설을 했다. 새로운 사실은 없었다. 김평우 씨와 서석구 씨가 군중의 열렬한 박수와 호응을 얻었다. 언론기관들이 걱정한 것 처럼 연설자 모두가 살의(殺意)와 지나친 적의(敵意)를 가지고 연설하지는 않았다. 시위 군중도 그 누구 하나 그렇게 곧 폭도가 될 정도의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 헌법 재판관들은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김평우 변호사가 25분간 연설했다. 그의 연설을 들으면 탄핵은 반드시 기각돼야 한다. 그의 주장과 변론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섞어찌개 식 탄핵 소추는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그래서 그런지 연단에 선 연사들이나 청중들이 탄핵재판의 결과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희미한 빛은 있는 것 같았다. 정관용 회장은 헌재 판사 중 세 사람은 웃으면서 악마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시위행진 때, 연세대학교 구국 동지회가 이런 플래카드를 들었다. “헌법 재판관들의 양식, 대한민국의 장래”, 탄기국 자원봉사자들은 “대통령님 힘내세요. 정의로운 재판관님, 부디 국가를 위한 판결을 해주세요” 란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 두 플래카드 속에 오늘의 시위 군종의 염원이 다 담긴 것이 아닐까?

 

갈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그러나 강(江)은 거센 바람에도 그의 물줄기를 바꾸지 않는다. 이 땅의 헌법 재판관은 바람에 물줄기를 바꾸지 않는 그런 강(江)이라고 믿자. 그리고 3월 1일에 다시 모이자. 바람을 막아 갈대가 흔들리지 않게 하자.(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