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일들

소액재판을 경험하고 쓰는 글

김일중 2020. 3. 21. 21:25

소액재판을 경험하고 쓰는 글

2020년 3월21일 김 일 중

소액재판을 해봤다. 재판을 걸어도 봤고, 당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두 번 다 졌다. 두 번 다 이길 줄 알았는데 다 패소했다.
30년 전에 지은 연건평 80평의 3층 집이 (지인의 가옥) 비가 오면 지하실에 빗물이 들어왔다. 배전판을 타고 비가 지하실로 흘러 내려왔다. 나는 업자를 선정하고 그가 작성한 계약서에 서명하고 2018년 4월 선수금 30만원을 지급했다. 공사금액은 60만원.
계약서는 누수(漏水)가 잡힐 때까지 공사는 여러 번 할 수 있고, 완공되면 잔금 30만원을 지불하기로 작성됐다. 1차 공사를 했다. 누수를 잡지 못했다. 2차 공사를 해야 했다. 업자는 2차 공사에는 사다리차가 필요한데, 그 차를 임대하려면 20만원이 든다고 공사금액의 증액을 요청했다. 구두로 승락했다. 공사금액은 모두 80만원이 되었다.
2차 공사를 했다, 또 실패다. 누수는 70%만 잡혔다. 3차 공사를 해야 했다. 업자는 이번 공사는 2층과 3층의 싱크대와 화장실의 콘크리트 바닥을 파봐야 한다고 하면서 공사금액의 증액을 또 요청했다. 비가 올 때만 누수가 생기는 데 왜 집 안을 파헤쳐야 하는가? 나는 공사금액의 증액을 거부하고, 집 안을 파헤치지 말고 외벽 공사를 해서 공사를 마치라고 했다. 그러나 업자는 선수금만 먹고 공사를 더 이상 안했다. 공사 개시 후 6개월이 지났다.
나는 계약위반이니 업자에게 선수금 3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업자는 이를 거부했다.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소액재판을 걸었다. 내 거주지 법원인 서울지방법원에 가서 무료법률 상담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만들고, 인지대 2,000원과 우편요금 96,000원과 함께 소송서류를 제출했다. 소액재판에서는 인지대는 소송금액의 1,000분의 5를 내야하고, 소송 금액은 3,0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세 번의 법정 출두와 한 번의 조정을 거쳐 3개월 만에 판결이 났다.
 내가 패소했다. 공사는 완결되지 않았으나 누수가 70%가 잡혔으니, 선수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업자를 선정할 때 70%만 잡힌 누수는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판사는 모른 것이다. 지상에서 집을 지을 때는 70%의 공사 진척은 후임공사에 도움은 된다.
나의 손해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업자가 이번에는 사다리를 빌리는데 들어간 돈 20만원을 달라고 나에게 소액재판을 걸었기 때문이다. 나는 업자가 공사를 마무리 하지 않았으니 그 돈을 지불할 수 없다고 변론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법정에 한 번 출두했고, 출두한 그 날 조정을 거쳤다. 출두 20일 후에 바로 판결이 났다.
내가 또 패소했다. 법원은 나에게 20만원을 돌려주되 이자까지 지불하라고 판결해서 23만원을 업자에게 송금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왜 내가 패소했는지 판결문에 그 이유도 쓰여 있지 않았다. 소액재판에서는 그 이유를 안 쓸 수 있다는 안내문은 있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재판은 1년 2개월이 걸렸다. 재판이 많이 밀려 있었던 같다. 나는 상소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소 비용이 10만원 가까이 들었다. 이겨본들 겨우 10만원 밖에 찾을 수 없어 상소를 포기했다. 나는 업자를 잘 못 골라서 결국 모구 53만 원을 잃었다. 시간도 잃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소액 재판은 법원의 무료 법률상담, 안내와 지도를 받아 자기 스스로 배우면서 서류를 작성하고 재판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법관의 판결이 잘 못 됐다는 것을 일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법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