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트로츠키의 전기를 읽고 (독후감)

김일중 2021. 8. 11. 17:11

트로츠키의 전기를 읽고 (독후감)

2021811

김일중

 

소비에트 정권에 우뚝 솟은 두 인물이 바로 트로츠키 (Leon Trosky, 1879-1940)와 레닌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인이 알고 있었다. 만일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제거되었다면 10월 혁명은 붕괴했을 지도 모른다.” (책의 453쪽에서 인용). 이 기술(記述)1917년의 러시아 10월 혁명에서 트로츠키가 보여준 역할을 설명한다.

 

트로츠키는 정치라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반짝이는 혜성 같은 삶을 살았다.” (21). “그는 뛰어난 연설가였고 조직가였으며 지도자였다.” (20). “소비에트 언론이 트로츠키를 헌신적인 공산주의자이자 국제주의자로 묘사했던 반면 볼셰비즘의 극단적인 적들은 그를 피에 굶주린 광신자라고 낙인찍었다.” (453). “트로츠키는 특출한 인간이었으며 복잡한 인간이었다. 그의 강점은 10월 혁명과 러시아 내전(內戰) 시기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는 극히 폭력적이어서 사람 죽이는 것을 즐거워한 악마이었다." (862). 그는 부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수십만 명을 도륙했다.

 

트로츠키는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인간 도살(屠殺)에 도덕적인 거리낌을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미국 혁명운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러시아인 수천 명을 불에 태워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용의가 있다고 그는 그의 미국인 숭배자 맥스 이스트먼에게 1920년 대 초에 편지를 썼다. (544).

 

트로츠키는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개인과 집단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한 사람이었다. 그는 독재 체제의 옹호자이자 실행자로서 살았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자들을 모욕했으며, 민주주의를 조롱했다. 또한 법치주의 원칙을 경멸했다. 그는 유럽에 현존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파했으며, 소련에서 추방된 후에도 그의 이런 생각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656). 여기까지 읽은 이들은 트로츠키가 어떤 인물인지 대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로츠키의 61년의 일생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1879: 태어나다. (레닌 보다 9살이 어리다.)

2. 1902: 레닌을 처음 만나다. 그는 레닌을 숭배했다.

3. 1917: 러시아 10월 혁명을 레닌과 함께 주도.

4. 1924: 레닌이 죽자 스탈린과 최고 권력을 놓고 다투다.

5. 1929: 권력 투쟁에서 패배, 정치국에서 축출당하다. 터키, 프랑스, 덴마크, 멕시코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6. 1936: 모스코바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다. 간첩혐의와 체제 전복 기도 등 조작된 죄로 기소되다.

7. 1940: 멕시코에서 스탈린이 보낸 자객한테 살해되다.

그의 나이 61.

 

트로츠키의 전기를 쓴 로버트 서비스는 그가 스탈린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이유를 이렇게 쓴다. “ 레닌의 후계자 경쟁에서 트로츠키가 결코 넘을 수 없었던 장애물은 바로 그에게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강력한 욕망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승리자가 되려는 야망에 완전히 사로잡힌 싸움꾼이 되기보다는 얻어맞는 경쟁자로 남는 편이 트로츠키에게는 더 편하게 느껴졌다. 최고 권력을 절실하게 원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860). “트로츠키는 1925년 중반에 최고지도자가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이 결여되어 있었다.” (527).

 

내가 읽은 책은 캐나다 국적의 로버트 서비스가 2009년에 쓰고, 양현주가 번역한, 출판사 교양인이 2014년에 펴낸, 971쪽의 두꺼운 서적이다. 저자는 레닌과 스탈린의 전기도 집필했다. 세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 좋다.

 

트로츠키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성공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유대인. 8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반은 죽었다. 부모는 문맹이었고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으나 근면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수백만 제곱미터의 농토를 경작해 큰 부를 이루었다. 일백만 제곱미터는 30만 평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그의 아버지는 천석꾼 부자요, 만석꾼 부자였다.

 

트로츠키의 부모는 밀을 재배하고, , , , 돼지를 키웠다. 러시아 혁명 때는 지주(地主)는 다 죄인이었기 때문에 트로츠키가 권좌에 있을 때에도 그의 부모 재산은 다 몰수되어 농민들에게 배분되었다. 70세 때 빈털터리가 되어 모스코바에 찾아온 그의 아버지를 트로츠키가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모스코바 근처의 국영곡물 정제소의 관리인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462).

 

아들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혁명투사가 되는 바람에 아버지는 알거지가 됐고, 트로츠키가 국외로 추방된 뒤에는 그의 가족과 일가친척과 그들과 아는 사람들까지도 죄인이 되어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에서 일하다 죽어야 했다. 공산 정권은 트로츠키와 그 주변 사람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러시아 혁명 때는 하느님을 믿는 것도 죄인이 되었다. 그래서 러시아 정교회의 지도자들은 아무 죄도 없이 처형됐다. “트로츠키는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후 종교를 박멸하기 위해 많은 악행을 했다.” (864). 그는 신을 믿는 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내고 생명을 뺐기도 했다. 트로츠키는 다른 공산주의자와 같이 이 세상을 뒤집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종교 생활도 못하게 했다.

 

스탈린은 러시아에 사는 유태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허가한 적이 있다. 그 때, 트로츠키 자손도 미국으로 도피한 이가 있는데, 그의 증손자인 바담이 미국에서 신실한 유대교 신자가 되었고, 그는 아예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그의 할아버지 트로츠키는 신앙인들을 박멸하려고 애썼는데 그의 손자는 믿음이 좋은 유대교 신자가 된 것이다. 소련 정부는 이 바담에게 그의 할아버지가 죄 없이 스탈린에게 핍박받고 살해된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는 이런 제안을 거부했다.

 

트로츠키 전기에는 그의 가정생활과 생활 습관 등,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의 인간 백정으로서의 악행도 잘 묘사되어 있다. 러시아 혁명 때의 일들을 대강은 알 수 있는 수많은 정보가 기록되어있다. 한 마디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정보와 지식도 많이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 트로츠키 개인에 관해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 10월 혁명의 역사도 그 대강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전기를 읽고, 19세기의 재앙 들은 마르크스,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등이 이 지구에 태어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로츠키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위해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열심히 살았으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다. 죽음을 주었다. 그의 부모에게도 큰 고통을 주었다, 그래서 그는 제 명대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