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 Tozer의 "신앙의 기초를 세워라"를 읽고 (독후감)
- 책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책의 내용 -
2010년5월5일
김 일 중
교회에서 토저 (A. W. Tozer)가 쓴 “신앙의 기초를 세워라”를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여 이 책을 읽었다. 독후감을 쓰려면, 독후감 속에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써야하기 때문에 우선 한 번 먼저 읽고, 두 번째 읽을 때 노트를 해가면서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요약 할 수 없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 책은 저자가 캐나다의 한 주간지 (The Alliance Weekly)에 약 5년간 게재한 사설 (국어사전: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을 써 내는 논설) 46개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일관된 스토리가 없다. 춘향전이나 천로역정 같은 책이 아니라서 요약할 수가 없었다.
어떤 책을 읽을 때에, 먼저 그 책의 이름을 보고, 앞뒤 표지에 쓴 문장 들을 읽고, 이어서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 그 책 전체의 내용이 대개다 들어난다. 그래서 나는 앞뒤 표지에 있는 글들과 저자의 머리말을 우선 정독했다. 읽어가면서 책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의 앞표지에는 “신앙의 기초를 세워라”는 큰 글자의 책 이름과 함께 "미지근한 복음주의 물결에 대항하는 유일한 진리의 섬. 견고히 뿌리 내린 성도의 삶" 이란 문장이 있다. 그리고 "기초의, 기초가 되는" 뜻을 가진 "Basic" 이란 영어 단어가 크게 쓰여 있다. 신앙의 기초를 단단하게 세워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나를 조금씩 버리고, 그릇된 신앙 습관을 바로 잡아주는 강력한 토저의 글!" 이란 그럴듯한 문장도 있다. 책의 뒤표지에는 “나의 신앙생활이 잘 못된 경건과 행위로 옷 입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신앙생활을 한 지 몇 년이 지나 문득 신앙의 주춧돌이 잘 놓인 것인가 의문이 든 적이 있는가? 진정 소중하고 선행돼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하나 예리하게 짚어나간다” 란 문장도 있다. 책이 대단한 책이란 인상을 준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은 기독교인은 아마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이름과 앞 뒤 표지에 쓰여 진 문장들을 보고 기뻤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동안 내가 잘 못해온 신앙생활을 크게 반성하고 올바른 신앙의 기초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내 신앙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 했다. 나는 이 책이 제목을 보고 어느 신실한 성도의 신앙 간증서 인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책이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한 30 페이지를 읽었다. 그러나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으면 안 읽으면 그만인데 그럴 수도 없어서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어 인터넷 검색창에 들어가 저자를 검색해보았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블로그는 저자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토저의 번역서인 이 책에는 저자와 역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토저는 1897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1915년 회심하였고 전도자가 되었다. 1919년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 1928년 시카고에 있는 남부 연합감리교회에 부임, 1959년 까지 목회한 뒤, 토론토에 있는 애비의 목사로 부임하였다. 1963년 심장마비로 소천. 저술을 통해 많은 목양을 했고, 1950년 The Alliance Weekly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는 대학교, 신학교, 성경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이 글은 내가 압축해서 정리 한 것이다)
토저는 독학한 목회자였다. 비범한 작가는 아니었던 같다. 이 소개를 보고 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욕심이란 생각을 했다. 그는 정통 신학교육을 받은 목회자도 아니고 신학자도 아니었던 것이다. 출판사인 생명말씀사가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을 알았다.
나는 책의 제목과 그 내용이 너무 달라서 이 번역된 책의 원래 이름이 토저가 쓴 책의 원래 이름인가를 알아보았다. 책의 원래의 제목은 "The root of the righteous" 였다. 이 제목은 구약 성경 잠언 12장 3절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 절은 "A man cannot be established through wickedness, but the righteous cannot be uprooted" (NIV) 이다. "사람은 악행으로 터를 세울 수 없지만 의인의 뿌리는 흔들리지 아니 한다"이다. (표준 새 번역 개정판)
번역한 출판사가 “의인의 뿌리” (“The root of the righteous” ) 란 원래의 책의 이름을 “신앙의 기초를 세워라” 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새로 지은 책의 이름에 초점을 맞추어 그럴 듯한 구호들로 책을 과대 포장 한 것이다. 책을 많이 팔기 위한 하나의 수단 이었을 것이다. 출판사는, 독자가 이 책을 한번 읽으면 잘 못된 신앙생활이 완전히 바뀔 것처럼 매우 훌륭하게 나팔을 불어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어 한마디로 말하여 책의 내용을 규정하기 어려우나, 주로 미국과 카나다의 교회들, 이 교회들을 움직이는 성직자들 그리고 이 교회들에 다니는 성도들에 대한 비판 사설이다. “공산주의, 카톨릭주의, 자유주의”를 (책의 66쪽) 비난하는 것을 보면, 소위 개혁주의 입장에서 미국의 “잘 나가는 교회 와 성직자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토저 같은 목사들이 있다.
앞에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 책이 재미가 없었다. 주간지의 사설이 재미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니가? 신문 한겨레나 조선일보의 사설을 읽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는 일반 비판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책이 더 재미없었을지도 모른다.
토저는 이 책에서 "직접 체험하라, 영혼의 집을 넓혀라, 먼저 거룩한 사람이 되라” 등과 같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면서 많은 지시와 명령 (?)을 한다. 그는 강하게 명령은 하는데 내용은 부실하다. 그는 “영적 분별력을 갖추라”고 일갈했는데, 나는 이 글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귀하께서는 영적 분별력을 진짜 가지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요. 그런데 어디 그런 일이 쉬운 일인가요? 말만하지 말고 그 방법을 말하세요 라고.
내가 너무 토저를 과소평가 하는 것이 아닌 가해서 책 중에 소제목이 좋은 “ 삶 전체가 기도가 되게 하라”는 한 편의 사설을 천천히 다섯 번이나 읽고 그가 이글을 쓴 진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으나, 은혜를 받지 못했다. 내 삶 전체가 기도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그의 글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그 글은 제목 값을 하는 글은 아니었다.
그의 책을 통해서 내가 지금까지 듣고 읽었던 내용을 뛰어 넘는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없었다. “그리스도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인가”는 한 일본 목사가 처음으로 언급한 글로 안다. 내가 로이드 존스 목사 (그의 책 ;십자가)나 루이스 (C. S. Lewis, 책;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같은 중량급 저자들을 읽은 때문인지, 그의 글에서 깊고 넓은 사고력을 만날 수 없었다.
교회에서는 내가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나의 신앙생활이 바뀌기를 바라고 이 책을 읽으라고 한 것 같은데, 책을 읽고서도 머리에 남은 것이 없어 곤혹스럽다. 그 이유가 내가 무능해서 일까? 교만해서 일까? 아니면 사탄이 방해한 때문일까? 나는 하나님의 본질인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생명의 빛이 아주 부족한 사람이라서 일까? 책의 앞뒤
표지에 쓴 문장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저자의 진의를 다 놓친 때문일까? 내가 돼지라서 진주를 몰라 본 것일까?
좀 가혹한 평가, 예의에 벗어난 평가인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서 나는 마치 토저의 책을 번역 출판한 출판사의, 그 한국인 편집자들에게 사기당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유한다면, 포장 박스가 터무니없이 화려한 선물 꾸러미였다. 더더구나 포장지에는 금반지가 들어 있다고 쓰여 있는데 개봉해보니 구리 반지였다. 글이 길어졌는데, 나에게는 (이 “나에게는” 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주세요. 다른 사람은 풍성한 은혜를 줄 수 있는 책을 제가 몰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출판사의 선전처럼 그렇게 나의 신앙의 기초를 다시세울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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