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종합병원이다”
2015년 11월 11일
김 일 중
어제 화요일에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있는 추읍산 (높이 582.6m)을 등반했다. 그 산의 높이는 583미터. 중앙선을 타고 원덕 역에서 내리면 그 산이 가까이 보인다. 바위와 돌로 된 산이 아닌 흙산이라 오르기 쉬운 산이다.
그 산은 단풍이 절정에 달해 참 아름다웠다. 그 산속은 조용했다. 멀리서 돌려오는 인간 세상의 소음이 아련하게 들리긴 했으나 참 조용했다. 그 산 정산까지 오르는 중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정상에 오르니 40대로 보이는 6명의 남자로 구성된 등산 팀이 있었다. 50대의 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 쌍도 있었다. 그 부부는 사이좋게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정상에 있던 등산객들이 다 떠났다. 그들이 떠나고 아무도 없을 때, 70대의 남자와 60대의 여자가 정상에 도착했다. 노인들이다. 등산용 지팡이를 둘이 각각 들고 있는 것과 그들의 등산복 차림을 보고 그들이 등산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두 사람 건강하게 보였다. 두 사람의 몸매는 20대 젊은이들의 그것과 같았다. 군살이 없는 날씬한 몸매였다.
나는 지난 1년 4개월 동안 서울 근교 산을 50개 넘게 등반을 했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이렇게 60댄 중반인 여인과 70대 남성, 즉 한 쌍을 만난 것은 어제가 처음이다. 60대 중반인 여인이 함께 높은 산을 오른 것을 보고 나는 조금 놀랐다. 그리고 발목이 아파 나의 산행에 한 번도 같이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나의 반려(伴侶)를 생각했다.
그들에게 부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백두대간의 등반 경험까지 갖고 있는 산을 좋아하는 부부였다. 그 부부는 50대까지는 많은 산을 다니다 한 10년 산을 못 다니다가 산이 많은 시골로 아예 이사해서 지금은 한 달에 두세 번 산을 오른다고 했다.
그 부부의 행복한 산행을 나는 부러워서 칭찬했다. 그리고 나의 아내는 발목이 아파 함께 산행을 못한다고 말하고, 나의 아내와 나의 친구들은 나의 산행이 나의 무릎 관절의 연골을 닳게 한다고 경고해서, 내가 산을 오를 때 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그 여인은 내 말을 듣고는, 그 자신도 산행을 멈추고 난 후, 나의 아내처럼 발목이 아팠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게 아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행을 다시 시작한 뒤 치유되었다고 밝혔다. 그 70대 노인은 산행하면 연골이 닳는 다는 것은 정확한 지식을 아니라고 했다. 병원 의사들이 산행을 반대하지 않는 것을 그의 주장의 근거로 말했다. 산행은 무릎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을 강화시켜서 오히려 무릎을 건강하게 한다고 연골 마모 설을 부정했다. 걷지 않으면 무릎 관절을 둘러싼 근육이 없어서져 관절의 연골이 쉽게 닳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내 주변 사람 중에 “몸이 아프세요? 그러면 산에 다니세요. 그러면 다 나아요” 라고 말하면서 한 주일에 두 번씩 전국 산을 오르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의 영향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지난 1년 4개월 동안 서울 근교 산을, 50개 넘는 산을 100번 가까이 올랐다. 산을 오른지 4개월 후에 내가 유일하게 먹고 있던 혈압 약을 끊을 수 있었다. 산을 오르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나도 체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산행이 건강에 좋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추입 산 정상에서 그 70대 노인에게서 들을 말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그 노인의 말을 내가 정리해서 이렇게 써 본다. “제가(그 70대 노인) 700미터 산을 올랐을 때, 그 정상에서 머리가 백발인 한 여성 노인을 만났어요. 혼자 산을 올라온 것이지요. 나이가 80세였습니다. 건강하게 보였습니다. 몸의 동작이 느리지 않고 말도 정상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걱정했지요. 혼자 산행하다 사고 나면 어쩌냐고, 넘어지면 골절이 될 터인데, 하면서 걱정하니까 그 80 노인이 이렇게 응수했어요. ‘산은 종합병원이요. 걱정 마세요. 의사들 말을 다 믿을 것은 못돼요. 내 자식이 의사요. 그놈들이 뭘 알아요. 나만큼도 건강에 대해 몰라요.’ 하더란 말입니다.”
내가 ‘산이 종합병원’이란 말을 금방 이해를 못해서 그 노인에게 그 뜻을 물었다. 산 그자체가 외과, 내과, 정신의학과, 심장내과 등 여러 가지 전문 의사 역할을 해서 몸이 성하지 않은 사람이 산을 다니면 모든 병이 치유된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내가 그 설명을 듣고, 그 표현에 크게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산을 다니고 있는 것이 잘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산을 오르더라도 너무 무리 하지 않으면 무릎 관절의 연골이 쉽게 닳지 않는 다는 그의 말도 나를 기쁘게 했다.
나는 그 추입 산을 내려오면서 매우 기뻤다. ‘산은 종합병원’이란 그 말이 나를 매우 기쁘게 했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산은 종합병원’이란 말을 그 80대 여성 노인의 말을 들려주면서 산행을 권고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아내에게도 발목 치료를 위해 걷자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산을 내려와서 한 전원 교회 앞에 왔다. ‘기도 동산 전원교회’란 간판이 문에 붙어 있었다. 그 간판을 유심이 읽고 있느니, 한 남자가 대문 안 저 멀리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 50대 남자를 만났다. 목사라고 했다.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라고 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 같다고, 교인(敎人)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의 부인이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그 여인도, 매우 품위 있게 보이는 그 여인도 목사라고 했다. 부부 목사가 전원 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행복한 부부처럼 느껴졌다.
그 목사가 커피를 대접하면서 산을 왜 다니느냐고 내게 물었다. 산의 정상에는, 모든 산의 정상에는 하느님이 태초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 의사들을 상주(常主)시키셔서 산을 오르는 모든 병자들을 본인도 모르게 치료하고 계신다고 내가 답했다. 그 목사가 나의 말의 뜻을 금방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산은 종합병원’이란 80대 노인의 말을 기독교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 목사가 내 설명을 듣고 웃었다.
산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80세에도 산을 오르는 그 여인의 말대로 ‘산은 종합병원’이다. 참 좋은 표현이다. 그렇다! 산은 ‘종합병원’이다. 어느 광고 문구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중병에 걸린 사람이 산을 오르고 내린다고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지간한 병은 산을 오르내리면 치유된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에게서도 고혈압이 떨어져 나갔다. 나를 따라 다니던 그 놈이 같이 살 곳이 못 된다고 나를 떠나 버렸다.
몸이 성하지 않은 분들이여! 마음이 아픈 분들이여! 산을 올라 보십시오. 그리고 산이 종합병원‘이란 표현을 체험해보십시오. 지금 가을 산은 참 아름답습니다. 거기 그 아름다운 산에, 눈에 보이지 않은 전문 의사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는 질병들을 산들의 그 정상(頂上)에 장사지내십시오. 산들이 여러분들은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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