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하산 길에 나를 마중한 등산객
2022년 4월 5일
김일중
높이가 500m 이상의 서울 근교(近郊) 산이 60개쯤 된다. 서울 근교 산이란 서울시에 사는 이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서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산을 의미한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추읍산 (582.6m)도 서울 근교 산의 하나다.
내가 지금부터 8년 전 (73세 때), 2015년 11월에 추읍산의 정상에 혼자 올랐다. 그 때 그 산봉우리에서 한 부부 (남자 75세, 여자 70세)를 만났다. 여자 노인이 500m 고지를 오르는 일은 희귀(稀貴)한 일이어서 그 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부부에 따르면, 그들은 젊었을 때,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60대 초반에, 700m의 산을 혼자 등정한 한 80세 여자 노인을 만났다. 그런데 그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산은 종합 병원이지요.” 나는 이 말의 뜻을 몰라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산은 모든 종류의 전문의이기 때문에 병든 이가 산을 다니면 치유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는그 이후 산이란 단어를 만나면 늘 ‘산은 종합병원’이란 생각을 한다.
나는 어제 월요일 (4월4일)에, 도봉산 (신선대, 높이: 711m)을 등정(登頂)했다. 고령일 때, 높은 산에 오르면 무릎 관절이 파열된다는 견해 때문에 그 동안 험한 산에 오르는 것을 자제 했는데, 어제 갑자기 도봉산 정상을 가보고 싶어 지하철 도봉산역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로 그 산봉우리에 다다랐다. 그 정상의 조망은 참 좋다.
나는 정상을 향해 도봉산 들머리 (입구)를 13시 30분에 통과했다. 다시 입구에 돌아온 시각이 21시 30분. 정상에 17시 10분에 도착해서 17시 30분에 하산을 시작해서 8시간 만에 입구에 돌아온 것이다. 내가 제일 늦게 하산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2.7km. 왕복 5.4km이다. 산을 잘 타는 이는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성인들은 세 시간 정도 의 거리이다. 내가 신선대 꼭대기에서 1km 지점에 내려 왔을 때는 어두웠다. 나는 산의 입구까지 1.6km의 밤길을 걸어야 했다.
내가 천축사를 지나 정상에서 1.2km 지점에 내려왔을 때, 큰 손전등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손전등을 가까이서 보니 한 등산객이었다. 그는 내가 산을 오를 때에 나를 보았고, 내가 산을 내려올 때에도 나를 만났는데 내가 너무 고령으로 보였고 오르고 내리는 나의 행동이 너무 느려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도봉산의 입구까지 내려갔을 때, 내가 크게 걱정이 되어서, 갈 길을 멈추고 되돌아서 나를 마중 (오는 사람을 맞으려 감) 나온 사람이었다.
그 등산객은 어두운 산길에 전등도 없이 험한 내리막 산을 더듬어 내려오는 한 고령의 노인을 생각하고는 도저히 그의 집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를 마중 나온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감동했다. 내 생애에 내가 무슨 착한 일을 했다고, 이런 우연히 두 번 보고 스친 이런 사람이 나를 위해 선행을 하려고 하는가 생각하면서 그에게 정말 고마움을 표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결국 나는 그의 안내를 받아 무사히 하산했다.
그 등산객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은 나이는 47세이고, 일주일에 두 번 동년배의 여성 두 분과 함께 자원봉사로 독거노인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름도 모르고 어두워서 얼굴도 모른다. 그의 마음 씀이 너무 고마워서 식사를 함께 하려고 했으나 식당이 다 문을 닫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는 여기저기에 늘 착한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 같다. 그가 선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데 어찌 그에게 착한 과보(果報)가 없겠는가! 그는 나보다 먼저 전철을 타면서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난다 했는데, 그가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만났을 때, 나는 내 소형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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