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칼럼

광화문 청계광장 시위(12월 24일) 참관기(參觀記)

김일중 2016. 12. 25. 02:11

광화문 청계광장 시위(12월 24일) 참관기(參觀記)

 

2016년 12월 24일 김 일 중

(조갑제 닷컴 회원토론방에 쓴 글)

 

나는 지금 광화문 청계광장 (동아일보 옆)에서 오후 4시에 열리는 보수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시청 역 4번 출구로 나가고 있다. 나의 시계는 오후 3시 50분을 가리킨다. 2시간 반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이브 (Christmas Eve)가 시작 된다.

 

출구를 나왔다. 걷는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작사하고 작곡한 '나의 조국' 이 우렁차게 들린다.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다. 들으면 신이 난다. 힘과 용기가 생긴다. 또 기쁘고 즐겁다. 기분이 좋을 때는 어깨춤이 추어진다. 가사(歌詞)는 이렇다.

 

백두산의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한라산의 높은 기상 이 겨레 지켜왔네

무궁화꽃 피고 져도 유구한 우리역사

굳세게도 살아왔네. 슬기로운 우리겨레

 

영롱한 아침 해가 동해에 떠오르면

우람할 손 금수강산 여기는 나의조국

조상들의 피땀 어린 빛나는 문화유산

우리 모두 정성 다해 길이길이 보전하세

 

삼국통일 이룩한 화랑의 옛정 신을

오늘에 이어받아 새마을 정신으로

영광된 새 조국에 새 역사 창조하여

영원토록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세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일을 잊고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듯이 나는 일상생활에서 벗으나 곧 바로 시위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거기 행사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대형 스피커도 한 대 보였다. 한 대인데도 성능이 좋아서 인지 쩌렁쩌렁 울렸다. 웅장한 소리를 냈다.

 

나는 왜 보수집회에 가는 것일까? 기쁘고 즐거워서 간다. 거기에 가면 애국가를 부를 수 있다. 태극기를 흔들 수가 있다. 신나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 나와 마음과 뜻이 있는 사람들을 보고 만날 수가 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은 서로 말은 없고, 서로 껴안지는 않으나 얼굴만 봐도 그저 기쁘고 반갑다.

 

시위 현장 거기에 가면, 서독 광부로, 간호사로 일한 사람도 있다. 월남전에 참여한 이도 있다. 중동 뜨거운 나라에 가서 일한 이도 있다. 육이오 전장(戰場)에 참여한 이도 있다. 광화문 촛불 시위 때문에 근심하고 걱정하는 이가 있다. 그 촛불 시위 군중 보다 보수 집회의 군중 수 적은 것이 속상한 이들이 있다.

 

시위 군중 속 거기에 가면,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信奉)하는, 시장경제 체제를 선호하는, 한미 동맹을 공고(鞏固)히 하고 한미일 세 나라가 사이좋게 지내기를 염원(念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고 그래서 탄핵이 기각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거기에 간다.

 

일주일 전의 군중 수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수천 명의 사람이 모였다. 젊은이도 간혹 보였다. 스님도 비구니도 보였다. 대부분이 중장년과 노인들이었다. ‘춘천 5호차’, ‘새로운 한국, 대구 보수 연합’, ‘대전’ 등의 피켓이 보이고, 주최자가 광주, 부산에서도 애국 시민이 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왔다. 돈을 주고 데려온 것이 아니고 자발적(自發的)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2시 4분에 행사가 시작 되었다. 4시 12분에 연설이 끝났다. 연설이 끝나고 그 많은 인파(人波)가 태극기와 현수막과 피켓으로 하나가 되어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이 되었다. 그 용이 꿈틀거리면서 느리게 덕수궁의 대한문으로 행진했다. 행진하면서 농악도 울리고 구호도 외쳤다. 함성도 질렀다. 노래도 했다. 즐겁고 기쁘게 행진했다. 얼마나 함성이 컸던지 길을 지나가는 한 여인이 귀를 막고 가는 것이 보였다.

 

대한문에서 행진은 멈추지 않고 다시 플라자 호텔 앞을 지나 소공 로로, 한국은행 앞, 남대문 로터리를 거쳐 다시 덕수궁 앞 대한문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6시부터 2부 행사가 9시까지 또 시작됐다. 나는 6시 20분에 시청역에서 전철을 탐으로써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3시간 반 동안 시위대와 함께 숨을 쉰 것이다. 9시 까지 계속된 행사가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대한문 앞에는 대형 스크린이 3개 설치되어 있었다. 대형 스피커가, 쩌렁쩌렁 웅장하게 울리는 대형 스피커가 3대나 설치되어 있었다. 군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기기(器機)가 준비되어 있었다. 시위 군중은 청계광장 인파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서 시청 앞 광장에도 군중이 많이 모여 있었다. 스크린이 번쩍번쩍하고 신나는 노래가, 경쾌한 가락이 울려 퍼져서 축제 분위기가 완연(完然)했다.

 

시위 군중이 든 플랜카드, 피켓, 현수막의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할 일은 않고 악법 만드는 국회는 해산하라, 명분 없는 탄핵 반대, 선동 언론 탄핵하라, 손석희를 청문회로, 지키자 대한민국, JTBC 입수 경로 밝혀라, 사회주의 공산주의 반대, 언론과 국회를 탄핵하라, 탄핵 무효’ 등이다.

 

이런 것도 있었다. ‘뇌물 받은 정당들도 다 구속하라, 호남 정권의 비밀 금고 광주 은행 수사하라, 비상계엄(非常戒嚴) 선포하라, 헌재는 박대통령 탄핵 기각해라, 대통령을 죽이는 것이 축제냐?, 언론 조작 탄핵 무효, 마녀 사냥 탄핵 무효, 비리 덮기 탄핵 무효’ 등이다. ‘대통령을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란 피켓 속의 사진에는 박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연사들은 서경석. 조갑제, 장경순, 신혜식, 김옥선, 김병관, 강기정, 최대집, 이혜란, 조영환 등이었다. 모두들 원고 없이 연설을 막힘없이 잘들 했다.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이성(理性)에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연사들 모두 탄핵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언론을 비난했다. 오보(誤報)와 선동 선전을 규탄했다. 새누리 당의 해체와 배신자들의 응징도 요구했다. 촛불 세력에 대한 우려와 강도 높은 비난도 했다. 민노총, 전교조, 종북세력의 발호(跋扈)를 크게 우려했다.

 

조갑제 씨는 그의 글 못지않게 연설도 잘했다. 그의 연설 내용을 이 글에 쓰기 위해 열심히 메모해왔는데 그의 연설의 내용이 이미 조갑제 닷컴에 실려 있어 생략한다. 그의 글이나 연설을 듣고 있으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矜持)를 갖게 된다.

 

오늘 연사들은 인명진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의 지명 취소를 요구하였다. 그의 과거의 말과 행적을 보면 새누리당 지도자로서는 맞지 않은 사람이 분명한데, 왜 그런 사람이 선택됐는지 모르겠다. 그는 목사이면서도 세상 모든 일을 저주스럽게 보는 사람이다. 남의 단점, 죄, 과오, 허물만을 보는 아주 특이한 사람이다.

 

지금 이 땅에는 박대통령을 죄인으로 만들어 감옥에 보내려는 세력들이 있다. 그러나 이 세력에 맞서는 세력도 있다. 두 세력 간의 싸움이 분명이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이 칼이나 총 등 무력(武力)을 가지고 싸우지 않아서 평화가 아직은 이 땅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좌 · 우파간의 시위가 축제(祝祭)처럼 치러진다. 축제라서 기쁘고 즐겁다. 이 위험한 축제가 언제나 끝나게 될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