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설날) 서울 대한문 앞 보수·우파 시위 참관기(參觀記)
2017년 1월 29일 김 일 중
(조갑제 닷컴 회원 토론방에 쓴 글)
오늘은 설날(1월28일)이다. 그러나 태극기 시위는 중단 없이 대한문 앞과 서울 시청 앞에서 오후 2시부터 열린다. 나는 그 곳으로 간다. 지난 21일의 시위 현장에서 보였던 “위국(爲國) 헌신(獻身), 육사(陸士) 21기” 란 그 피켓이 오늘도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그 곳으로 간다. 그 피켓을 든 사람을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하여야겠다.
1시 30분이다. 서울시청역 5번 출구로 나간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보인다. 반갑다. 그러나 군중이 많지 않다. 한 300명 정도의 군중이 보인다. 성능 좋은 확성기에서는 6 · 25 노래가 들리고 군가가 들린다. 또 우렁찬 남성의 구호가 들린다. “손석희를 때려잡자”고 사회자가 절규(絶叫)한다. 손 씨는 좋겠다. 우파가 그를 미워하면 좌파는 그를 그만큼 좋아할 것 아닌가? 그는 이 땅의 큰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 사람이다.
아직 행사가 시작되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본다. 시위 행사 본부 무대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태극기를 휘날리며” 오늘의 시위 주최는 자유유권자 연합이다. 설립한지 1년 된 단체다. 구성원이 30~40대인 것 같다. 20-30 청년연합이란 깃발이 보이는 것을 보면 그들도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자가 건장하고 목청 좋은 잘생긴 젊은 남자다. 그 사회자처럼 이 연합들은 젊고 박력이 있는 것 같다. 현장에는 스크린이 1대 있고 대형 확성기가 2 대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이 연합들이 설치한 등산 용 텐트가 28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또 몽골 유목민족이 주거지로 사용하는 돔 형식의 대형 천막이 10동이나 설치되어 있었다. 이 “애국 텐트”에서 연합회원이 먹고 자면서 24시간 시위하고 있다. 광화문 거리에 세운 그 세월호 천막들과 맞서서 세운 시위 천막이다. 그 회원이 젊으니까 이렇게 그들은 행동으로 좌파와 맞서고 있다.
이 “애국 텐트” 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된 이들에게는 감동적인 글 이다. “태극기 집회에 오신 어르신들 너무나 고맙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평생 손발이 닳도록 일하신 어르신들, 처참한 6·25전쟁 겪으시고 폐허가 된 나라를 혹독한 고통과 굶주림 속에서 일으켜 세운 어르신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추운 날씨에 태극기 들고 나오신........
.”
“광우 뻥, 순실 뻥, 언제까지 속을래??, 파월 용사들이여, 태극기에 다 함께 모이자,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광우병 촛불 새빨간 거짓말, 탄핵 촛불 새빨간 거짓말, 대한민국의 언론은 죽었다, 좌파 악질 바이러스 인명진 새누리당에서 꺼져라.”
이런 것도 있다 : “언론 조작 탄핵무효, 마녀 사냥 탄핵 무효, 비리 덮기 탄핵 무효, 오천만이 다 함께, 우리 모두 다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정의를 모두가 지켜내자. (애국사모 일동), 털수록 깨끗한 박근해 대통령, 얼마나 털게 없으면 밥 먹은 거, 주사 맞은 걸로 빈곤한 시비 거냐!, 언론 검찰 국회의 체제 전복 반란! 대한민국 국민이여 일어나라. 보수는 하나! 중도 보수 이적행위, 어부지리 좌파가 하하하, 새누리당 뼈를 깎는 개혁하고 진충보국 신인 영입하라 종복인 인명진 꺼져라. 악법제도기 국회 Go out".
구호는 이런 것들이었다. : “폭도 탄핵 원천 무효, 폭도 국회 때려잡자, 폭도 언론 분쇄하자, JTBC 퇴출하자. 손석희를 죽이자 (이 구호를 할 때 군중들이 웃으면서 한다. 본인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한 마디로 밉다는 뜻이다. 우파는 누구를 죽이려 고는 안 한다.) 특검 너희는 공산당이냐? 너희는 나치냐? 너희는 인민재판관이냐?, 특검 해체, 국회 해산, 총편 면허 취소” 들이다.
이런 피켓을 든 이도 있었다 : “축(祝) 사망(死亡) 김무성, 문제인, 박원순, 박지원”. 시위 군중이 설마 죽기를 바라겠냐? 미웁다는 의미를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를 사랑하는 이들도 있다. 광화문 촛불시위자들은 단두대를 들고 시위현장에 나오는데 우리 애국 세력은 그 누구를 죽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 저기 현수막을 들여다보는 사이 30분이 지나 2시 3분에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 시위 군중은 늘어나서 대한문 앞 인도에 사람이 가득 찼다. 시청 앞 그 광장에도 3분의 1에 사람이 찼다. 적어도 만 명은 넘지 않을까? 사회자가 모인 군중의 수에 대단히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에서 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그리고 서울 근교에서 왔다. 수도권에서 왔다. 온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젊어졌다. 젊은 사람들이 주최한 탓일 것이다.
2시 10분부터 연사들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다들 원고 없이 시원시원하게 연설을 잘 했다. 신혜식 씨가 첫 연사로 나왔다. 7분간 연설했다. 그는 오늘 날의 좌파와의 싸움이 종북 빨갱이와 애국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이번에 탄핵이 기각되게 하고 대통령 선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 씨가 애국세력이 돈 받고 시위 현장에 동원되었다는 허위보도를 했다고 맹공(猛攻)했다. 그를 구속시켜서 교도소에 보내자고 했다.
최대집 씨란 성형외과 의사가 두 번 째 연사로 등단. 12분 연설했다. 그는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앞을 내다보면서 다섯 가지의 투쟁지침을 제시했다. 그 제안 가운데 하나가 4개 종편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면허취소를 당하게 해야 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절독해서 망하게 하자고 했다. 앞으로 두 달 안에 조선일보의 부수를 400,000 만부 줄이자고 호소했다.
세 번 째 연사는 인지연 변호사다. 한국 변호사가 아니고 미국 변호사다. 그녀는 한국인이다. 5분 연설했다. 표창원 씨를 규탄했다. 그는 그를 포함한 1,011명이 표창원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능욕함으로 써 대한민국을 능멸했다는 논리로 연설했다.
장기정 자유통일 연합대표가 연설했다. 10분 연설했다. 그는 특검을 혹독하게 비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박영수는 이 땅의 종복세력을 제와하고 모든 자유 민주주의 세력을 구속하고 있다고. 광고 문안 같은 훌륭한 언어를 구사했다. 태블릿 사기 조작에 놀아난 언론, 국회, 촛불 세력들을 공격했다. 태블릿 피 씨의 조작을 조사하지 않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난하고 그가 촛불 시위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손석희 씨는 언젠가 검찰의 조사를 받을 것 같다.
20-30 청년 연합 대표가 7분 동안 연설했다. 어른들 못지않게 현 시국을 잘 파악하고 있고 연설을 잘했다. 청년들의 입에서 박영수 특검이 이슬람 테러 단체가 하는 짓과 동일하게 법과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젊은이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정말 큰일이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6분 간 연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6·25 때의 북괴의 기습으로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갔다가 다시 인천 상륙작전으로 서울이 회복된 것에 비유하고, 오는 3월 1을 기해서 좌파의 싸움에서 승리하자고 독려(督勵)했다.
조시철 선교사가 9분간 연설했다. 2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선교하고 있은 선교사다. 생기기도 잘 생겼다. 말도 잘한다. 연설도 뛰어났다. 사회자가 그의 연설을 듣고 감탄했다. 이승만 연구가인 것 같다. 원고 없이 이승만 박사에 대해 청산유수 같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폭포수 같이 말을 쏟아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는 이승만 박사의 말을 이리 저리 인용하면서 아주 훌륭한 연설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아주 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감동적으로 두 분을 위대한 인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이 난국을 돌파하고 북진 통일 하자고 했다.
만화가 윤서인 씨가 처녀 연설을 했다. 5분간 했다. 나는 그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젊은이 재주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만화가 국회의원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설이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뛰어나다. 해학(諧謔)까지 겸했다. 그는 좌·우파의 시위를 다 싫어하는데 자신과 그의 가족의 행복과 안위가 위협받기 때문에, 바꾸어 말하면 국가의 안녕과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에 그가 연단에 섰다고 말했다.
박성현 집행위원장이 8분간 연설했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과 정광택 씨도 짧게 인사고 하고 연설도 했다. 두 정씨는 형제인지도 모르겠다. 두 정 씨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정회장은 다음 시위 때에 스님 1,000 명과 목사 1,000 명과 유모차 1,000 여대가 시위에 참여 한다고 하였다. 두고 볼 일이다.
4시 15분에 연설이 끝났다. 연설이 2시간 동인 진행된 것이다. 이어 2부가 시작되었다. 그 곳에 있는 시위대가 전철을 이용해서 전철 5호선 오목교 근방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사무실 앞으로 가서 다시 시위를 하는 것이다. 나도 전철 행진에 참여했다. 대한문에서 4시 25분에 출발해서 그 곳에 5시 35문에 도착했다. 이 시위를 이름하여 “지하철 행진”이다. 아시아 최초, 세계 최초의 지하철 시위란다.
그 방통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며칠 전부터 어버이 연합 소속 어머니 14명이 천막을 치고 시위를 24시간 하고 있었다. 이 땅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이 세계적인데 시위도 세계 제일이 아닐까? 사무실 앞에는 가로 세로 100m x 80m의 도로와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에 시위군중이 가득 찼다. 예상외의 시위 군중의 참여로 주최 측이 매우 만족해했다.
거기서도 신혜식 씨 등이 연사가 연설을 했다. 시위 군중들은 박효종을 죽이자고 웃으면서 구호하였다. 우파가 요구하는 것은 JTBC를 빨리 심의를 해서 중징계 해달라는 것이다. 보통 다른 사건은 1개월 만이면 심의 결과가 나오는데, 이미 40일 전에 징계요청을 했는데도 심의를 3월에나 열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박대통령이 우파의 목으로 임명한 박 씨가 촛불 시위를 의식해 지연작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박대통령은 인복(人福)이 없는 것일까?
행사가 진행 중인데도 나는 6시에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가기 위해 오목 전철역으로 행했다. 나는 오늘 6시간 반 동안 시위대와 함께 있었다. 내가 처음 좌파의 촛불 시위 참관기를 쓸 때, 그 때는 시위 군중을 봄나들이 상춘객으로 묘사했다. 밤에 나온 벚꽃놀이 군중으로 묘사했다. 결코 그 곳에 ‘성난 민심’은 없다고 글을 썼다. 축구 경기의 응원단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날수록 우파의 시위 군중은 단순한 운동경기의 응원단이 아니다. 우리가 응원단이 아닐진대 좌파의 시위군중이 단순한 응원단이겠는가? 좌파의 시위대는 우리의 그것보다 언제나 과격했고 살벌했다. 나는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이렇게 흥얼거렸다. 나가세, 나가세 싸움터로 나가세 목숨까지도 버리고 싸움터로 나가세. 승리의 소식 온 세상에 전하세. 우리는 싸울 수 밖에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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