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칼럼

홍준표의 역경을 보며

김일중 2020. 3. 6. 07:44

202036일 김 일 중 (조갑제 닷컴 회원 토론방에 올린 글)

 

홍준표의 목이 잘리었다. 애석한 일이다. 그의 낙마가 적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아군에 의한 학살이니, 참으로 착잡하다, 국회의원이 된 그가 좌익과의 싸움에서 큰 무공을 세울 것을 기대한 나로서는 안탑갑고 착잡하다, 붉은 무리와의 싸움에서 그처럼 맹활약한 장군이 그 어중이떠중이미래통합당에 그 누가 있는가? 나는 그를 장비 같은 맹장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사람이 무섭다고 한 홍준표를 생각하면서 희생, 운명, 섭리라는 단어들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본다. 동아 국어사전은 희생을 신명에게 바치는 산짐승이라고 풀이하고 있고, 운명을 인간을 포함한 모둔 것을 지배하는 필연적이고 초월적인 힘, 또는 그 힘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길흉화복. 타고난 운수나 수명. 기수(氣數). 명운(命運)라고 정의 한다. 섭리는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법(理法). (기독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스려 나가는 신의 의지 또는 은혜라고 설명한다.

 

국어사전보다 영영 사전은 단어 풀이가 더 다양하고 자세하다, 영어 초보자를 위한 영영사전(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에 따르면, SacrificeTo kill an animal or a person and offer it or them to a god, in order to please the God이라고, the act of offering something to a God, especially an animal that has been killed in a special way; an animal, etc, that is offered in this way; Providence (섭리)God, or a force that some people believe controls our lives and the things that happen to us, usually in a way that protects us라고 정의 되어있다.

 

위 영영 사전의 단어 풀이에 따르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짐승(홍준표)을 잡은 것은 신()(유권자)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祭主)인 김형오는 누구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산짐승을 잡아 제사에 쓰려고 하는 것일까? 좌익 유권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인가? 소위 중도 유권자를 위한 것인가?

 

누구를 즐겁게 하기 위해 김형오는 홍준표의 목을 친 것일까? 자유 민주주의 세력을 위한 것인가? 좌익에 표를 주려고 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서 우군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황교안의 대권의 길을 닦기 위한 것인가? 나는 홍준표가 이번 총선에 나가 싸우면 미래 통합당이 패배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좌익 유권자와 중도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홍준표를 희생 제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형오는 홍준표를 한 번 더 설득해서 서울에서 싸울 기회를 주기 바란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는 인류의 모든 경험과 지혜가 들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희생, 운명, 섭리라는 단어들은 인간사에는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홍준표의 목이 잘린 기사를 읽고 새삼스럽게 이 세 단어들을 음미하게 된다. 홍준표도 이 단어들 속에 든 의미로 위로를 받기를 바란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도 그가 죽음으로써 이 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그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위로를 받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