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역사의 쓸모'를 읽고 (독후감)
콘텐츠는 읽어볼만하나 편집이 과장된 책
2020년 10월 7일
김 일 중
책의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책은 그 제목만 읽어도 그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서 ‘역사’란 단어와 ‘쓸모’란 단어를 찾아보았다. 동아국어 사전은 역사를 두 가지로 풀이한다. 하나의 풀이는 “인간 사회가 거쳐 온 변화의 모습, 또는 그 기록”이다. 또 하나의 그것은 “어떤 사물이나 인물, 조직 따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자취”이다.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영국의 옥스퍼드 고급 학습자 사전)는 역사(History)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풀이한다. 1. “All the events that happened in the past.”(과거에 일어났던모든 사건들). 2. "The past events concerned of a particular place, subject, etc.." (특정한 장소, 특정한 주제 등에 관련된 과거의 사건들). 3. "A written or spoken account of past events." 과거 사건들에 대한 서면 또는 구두 설명이다. 나머지 세 가지 풀이는 책의 제목과 관련이 없어 생략한다.
위 두 사전의 풀이를 적용해서 ‘역사의 쓸모’라는 책의 제목을 풀이해보면, 이 책의 제목의 뜻은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의 현대적인 이용이 될 듯하다. 역사의 오늘의 효용(效用)이라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 최태성은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책의 5쪽에서 인용), “이 책을 펼친 독자 여러분도 역사의 쓸모를 발견하고 역사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11쪽) 말한다.
저자는, 그러나, 놀랍게도 단어, ‘역사’에 대한 사전의 정의(定意)를 전적으로 부정한다. 그는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錯覺)이고 사람을 말하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6쪽). 역사란 위에서 사전이 정의하 듯이 과거 사실의 기록이란 것이 상식인데도 그는 이를 착각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사전이 정의한 역사의 뜻을 부정한다. 이 무슨 지적인 오만인가! 어떤 단어의 사전의 풀이를 부정하는 일은 많은 논증이 필요하다. 사전의 풀이는 보편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전의 정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역사가 제게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역사의 ‘쓸모’보다 역사의 ‘실체’를 강조하는 접근은 역사로부터 대중을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라고 주장한다. (8쪽), 그의 이러한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역사를 연구하는 일은 학자에게 맡기고 저는 학지들이 잠을 줄여가며 연구한 소중한 역사 속의 ‘사람’에게 집중하려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그의 역사 탐구는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인물임을 밝힌다. 우리는 역사 속에 나타난 위인들의 삶에서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아무개들에게서 그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들의 삶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해보는 시간을 찾기를 권합니다.”라고 말한다. {8쪽). 그는 독자들에게 역사 속의 인물들과 “왜라고 묻고 가슴으로 대화해보세요” (9쪽)라고 권고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으면 1) 역사가 저자에게 어떻게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는지, 2) 역사의 쓸모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3) 어떻게 역사의 도움을 받았는지, 4) “수백 년 전 이야기를 오늘의 고민을 해결하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역사 사용법” 이 무엇인지 (이 네 가지 문장은 이 책의 뒷 표지에서 그대로 인용했다), 5) 역사 속의 위인들과 대화는 어떻게 하였는지, 6) 역사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한 정말로 완벽한 해설서인지 등에 관한 것 등을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이유는 저자가 위 여섯 가지에 관해 글을 썼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말과 같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역사공부의 효용성을 알리기 위해 22가지의 칼럼Column)을 썼는데 그것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는 역사에서 주제를 찾아 글을 썼다. 편집자는 이들 칼럼을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로 표현했다. 이 책의 중간 제목들은 1.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 “역사가 내게 가르치는 것”, 3.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라들에게” 등인데 (12쪽과 13쪽), 이 책의 내용을 달리 요약하면,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아, 역사를 배워라, 그래서 한 번뿐인 인생을 보람 있게, 많은 사람을 유익하게 하고 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말은 이그렇게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고, 사실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실은 저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아니고 편집자가 저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과장해서, 아주 심하게 과장해서 뻥을 친것이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章)을 요약해본다. 제 1장의 제목은 “쓸데없이 보이는 것들의 쓸모”이다. 1장의 내용은 내가 이미 앞글에서 거의 다 소개했다. 저자는 역사가 쓸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를 그 예로 든다. 저자는 그 책이 “우리 역사 속에서 쓸모없다는 것만 찾아서 쓴” 책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책이 후대에 귀하게 쓰이는 것을 예로 든 것이다. 나는 일연이 쓴 역사책이 쓸모없다고 주장한 학자나 사람을 알지 못한다. 신화는 신화대로, 민담(民譚)은 민담대로, 구전(口傳)은 구전대로 역사연구에서 매우 중요한데 그가 일방적으로 삼국유사의 기록이 쓸모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자는 1징에서 역사에 나타난 인물들과 대화하라고 한다. “과거의 인물들과 대화하는 것은 카페에 앉아 누군가와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33쪽)라고 말한다. 그는 역사 속의 위인들보다는 이름 없는 이들, 예를 들어 전봉준의 동학혁명에 참여했던 농민들과의 대화를 권유한다. 그는 이렇게 쓴다.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보면 좋겠어요.” (34쪽). 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 보세요. 꿈이 뭐예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꿈이 이루어 진 것 같아요? 이렇게 물어보고 답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서 답해보는 거죠.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못했던 것은 얻을 수 있습니다.” (35쪽). “솔직히 광개토대왕, 이순신, 김구 같은 위인에게 나를 빗대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그 주변 인물 열심히 살아가지만 이름을 남지지 못한 사람들의 일생을 볼 때면 가슴이 찡합니다.” (38쪽). 저자는 전봉준을 숭상하는가 보다. 그는 일본과 싸울 때, 주문을 외우면 총알도 피해간다고 헛소리하면서 수많은 백성을 죽음으로 본 사람이다. 학생들에게 전봉준을 칭찬하면서 한국사를 가르쳤을 것 같다.
역사 속에서 어떤 이물을 만나야 할가에 대해서는 그는 이렇게 답한다. “새 날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인물들입니다.” (41쪽). 그는 그 본보기의 예로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홍영식, 서광범”(43쪽)을 든다. 그 들을 본보기로 든 것은 “다른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43쪽). 저자는 “역시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15쪽). “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공부입니다.”(39쪽). “접근법을 바꿔 과거 그 시대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권합니다.”라고 말하면서 (32쪽),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역사가 쓸모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를 가르친 역사 선생들은 역사가 쓸모없다고 헛소리 한 스승은 없다.
제 2장의 제목은 “역사가 네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81쪽). 역사 공부의 효용을 1장과 다른 방법으로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자”라고 말한다. (109쪽). 그는 잉카제국의 멸망과 연개소문이 죽은 뒤 고구려가 망한 이유를 설명하고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의 발견, 고려의 금속활자의 발견,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명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폭발력을 지닌 창조적 발명은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피력하기도 한다. (117쪽).
그는 외교를 잘한 고려의 서희와 원종을 소개하고 “어떤 종류의 협상 테이블이든 그 앞에 나서기 전에 서희와 원종의 외교술을 떠올려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135쪽). 그는 이 글에서 박근혜 정권의 사드배치를 외교의 실패라는 촌평도 곁들인다. 그는 촛불 시위와 태극기 부대의 광화문 집회를 하나로 묶어,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말한다. (145쪽). 저자는 체면과 실속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실속을 챙기라고 권고한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면서 실리를 얻었단다. 그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역사만큼 자연스러운 도구는 없습니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2 장의 글들은 모두 역사의 쓸모를 설명하기 위한 보조 칼럼들이다.
이 책의 제 3장의 제목은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167쪽). 저자는 “저는 역사 속 인물을 멘토로 삼습니다.” 라고 밝힌다. (171쪽). 또 이렇게도 제안한다. “동시대 인물을 멘토로 삼는 대신 역사에서 롤 모델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167쪽). 그는 역사 속의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로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정도전, 조선 후기의 대동법의 아버지 김육, 청해진 대사인, 신라의 장보고, 독립운동가 박상진과 이희영 등을 들며 그들의 일생을 소개한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이들에게서 배우라는 것이다.
저자는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큰 행복을 느낀다.” 라고 (214쪽) 말하면서 이렇게 독자에게 당부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습니다. 한 번 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저는 늘 사람들에게 무임 승차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은 만큼 뒤에서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고 싶어요. 그리하여 훗날 눈을 감은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26쪽).
책의 4장의 제목은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이다. (229쪽). 저자는 삶의 모든 문제는 역사에 있느니 그 곳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이 마지막 장에는 최석의 팔마비(八馬碑), 예송(禮訟), 어우동 여인의 불륜(不倫)과 처형, 나혜석 여인의 불행한 일생, 재가(再嫁) 금지법, 인수대비가 쓴 내훈(內訓) 등이 재미있게 기술되고 있는데, 이들의 역사적인 재료는 역사의 쓸모를 논증하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저자는 4장에서 역사의 쓸모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역사야말로 내가 잘 살기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84). “역사는 나 자신을 공부하고, 나아가 타인을 공부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죠. 이 책에서 계속 얘기하는 것들도 결국은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284). “역사는 흔한 오해와 달리 고리타분하거나 미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의 맥을 집는데 유용한 무기이자 세상의 희망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죠.” (292).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292쪽).
저자는 “각자의 삶에는 자신만의 궤적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서 (231쪽), 각 개인의 확고한 정체성의 확립을 요구하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역사의 방향에 설 것을 주문한다. 이 마지막 장에는 “제 강의에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색깔이 입히고 제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처럼 몰렸습니다.” (287쪽) 라는 글이 보인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며 크게 감동을 받은 문구가 있습니다.” (286쪽) 라는 글도 보인다. 위 글로 미루어 보고, 신영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그는 좌익 교사인 것 같다.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란 나에게는 신영복은 우두머리 간첩일 뿐이다. 저자가 역사시간에 신영복류의 지식인을 칭찬했으면 우익 (右翼)의 비판을 받았을 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저자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역사 강사”이고, 그의 “누적 수강생이 500만 명”이고, 이 책을 읽은 이들은 “가슴이 먹먹해지고 벅차오른” 경험을 했다. 동아국어 사전은 먹먹하다는 “갑자기 귀가 먹은 듯이 잘 들리지 않다”로 풀이한다. 나는 가슴이 먹먹하다는 표현을 처음 접한다. 또 이 책은 “전국 각 도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 책은 대단한 인기를 얻은 책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이 서적을 읽고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저자는 역사 공부가 쓸모가 있다고 열심히 부르짖는데,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역사공부가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의 학생들은 역사가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역사가 쓸모 있다는 명제를 말하기 위해 책 한권을 쓰는 그가 안쓰럽다.
나는 학교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철저하게 배웠다. 국사와 세계사에 대한 눈을 뜨게 한 정부의 정책을 고마워한다. 최재성이 이 책에서 열심히 기술한 역사들 중 모르는 것들이 없다. 광개토 대왕이 조공을 바쳤다, 최린이 나혜석을 겁탈했다, 어우동 여인의 불륜, 팔마비 정도가 이 책을 통해 처음 안 지식이다.
저자는 문어체보다는 구처체로 글을 써서 읽기 쉽고 이해하기 편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역사 속의 인물을 통해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언어 구사력도 좋았다. 그러나 앞뒤가 일치하지 않는 주장이 있었다. 여기저기 주어와 술어가 일치되지 않는 문장들이 보였다. 정확하게 사용되지 않은 단어들도 보였다. 저자는 그의 책 6쪽에서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고 하다가 28쪽에서는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고 주장한다. 역사 선생이 역사란 단어 하나에 대한 올바른 정의(定義)를 제대로 모른다면 그것은 웃음거리다.
단어 소름을 동아국어사전은 “춥고 무섭거나 징그러울 때 살갗에 오톨도톨하게 돋아나는 것”이라고 풀이하는데, 저자는 “저는 정약용 편지를 보고 팔에 소름이 좍 돋았습니다.”고 썼다. (76쪽). 아마 큰 감동을 받았다는 표현을 이렇게 쓴 듯 한데 단어 선택의 오류가 분명하다. 정약용이 아들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 무섭거나 징그러울 수는 없다. 저자는 한 백화점에서 우연히 선전을 매우 잘 하면서 돗자리를 파는 한 제자를 만났다. 10년 전의 그 제자는 구제불능의 학생이었다. 그는 그 제자를 만나는 장면을 이렇게 기술한다. “돗자리를 파는 그 얼굴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285쪽). 그는 어엿하게 자란 제자를 보고 기뻐했는데, 소름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잘못 선택된 단어임이 분명하다. 인문학(Humanities)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고,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가 인문학이란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알았다면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또는 “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공부입니다.”라는 표현은 안 썼을 것이다. 역사는 공부는 아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말은 이미 했다.
이 책의 편집자에게 내가 묻는다. 과장된 편집을 말하기 위해서다. 최태성이 쓴 이 책, "역사의 쓸모"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역사를 사용하는 법”을 기술한 책인가? “역사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설서”인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한 22 가지 통찰”이 이 책에는 들어있는가? 위의 “ ” (따옴표) 안에 있는 문장들은 이 책의 앞뒤 표지에 쓰인 문장들이다. 편집자가 쓴 문장들이다.
나는 이 책이 국사를 모르는 사람들, (특히, 국사를 모르는 청소년들, 국사를 모르는 청년들) 에게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국사를 아는 이들에게는 그저 그런 책이다. 나도 그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 책은 과장되게 편집된 책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책의 콘텐츠 (Contents)는 읽어볼만한 책이지만 편집이 아주 과장된 책이다. 책의 앞과 뒤의 표지에는 저자와 책의 내용에 관해 너무 심하게 나팔을 불어댔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회창 회고록을 읽고 (독후감) (0) | 2021.07.17 |
---|---|
책, '예수는 없다'를 읽고 (독후감) (0) | 2021.07.04 |
책 '생존의 비밀'을 읽고 (독후감) (0) | 2020.05.30 |
“Let's take a trip to the World of English Proverbs" 읽고 (독후감) (0) | 2020.03.26 |
유대인의 역사를 읽고 (독후감) (0) | 2020.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