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치매 검사 체험기

김일중 2022. 5. 30. 13:52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치매검사 체험기(體驗記)

(고등학교 동창회의 채팅방에 올린 글)

 

 

2022530

김일중

 

나는 금년 420일에 도로교통 공사가 발송한 운전면허의 갱신에 관한 안내문을 받았다. 그 문서대로 소정의 과정을 통과하여 428일에 새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법이 바꾸어 75세 이상의 고령자는 제일 먼저 치매 검사를 받고 합격해야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날 오전에 서초구 내곡동에 소재한 서초구 치매 안심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날 오후에 강남 삼성동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이동, ‘고령 운전자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3년짜리 새 면허증을 얻었다.

 

검사를 받아봐서 안다. 치매 증상이 전혀 없는 늙은이는 그 검사에 대해 조금도 근심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내 스스로 나의 인지 능력이 쇠하긴 했지만 그 능력은 아직은 멀쩡하다고 믿었는데, 검사 결과는 내 믿음과 같았다. 나의 점수는 30만점에서 27점이었다. 대졸자는 25점 이상을 얻어야 합격한다.

 

젊은 시험관은 그녀가 시험을 시작하자마자 곧 바로 학력 등 나의 신상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지병이 있냐? 먹는 약이 있냐? 운동을 하냐?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냐? 공부를 하냐? 책을 읽느냐? 혼자 사냐? 등을 물었다. 그녀는 그녀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을 참작하여 나의 치매 여부를 예단(豫斷)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운동하고 공부하는 노인은 치매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하더라도 늦게 할 것이다.

 

내가 테스트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시험관의 요구는 이것이었다. 예의 바른 그 젊은이는 나에게 농촌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과실의 이름을 아는 대로 들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초시계를 켰다. 배추, 오이, 시금치, 쑥갓, 상치, 감자, 고구마, 토마토, 사과, , , 고추, 호박, 대추, 호두, 콩 등을 댔다. 그러나 생각이 잘 안나서 대답하다가 끊기고, 끊기고, 끊기었다. 중단 없이 느리지 않게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이름을 대면 좋은 점수를 얻는 시험이었다.

 

다음의 질문에서 나는 역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 출제자는 시험을 시작 하고 바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나에게 읽어주고, 나를 보고 그 문장을 재생하라고 했다. 모든 시험이 끝나기 바로 직전에도 그 글의 내용을 다시 기억해 내라고 했다. 그 시험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유형(類型)이었다. “영수는 지난 4511시에 그의 아버지와 함께 그가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 가서 야구를 했다. 그리고 학교 근처 식당에서 자장면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길가의 꽃이 아름다웠다.” 시험 종료 직전에 그 글을 그대로 반복하라는 시험관의 요구에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까지 읽은 노인은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치매 검사 시험이,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내가 밝힌 바와 같이 쉽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길에서 자동차 운전을 침착하게 잘 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노령이라고 해서 운전면허의 갱신을 포기 하지 말자.